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범 현대가 기업들이 과거 계열사를 되찾자는 의지는 분명히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009540)이 현대상사과 현대오일뱅크를 품에 안은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올해 현대건설 인수한 것도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
현대가 재건이라는 명분 외에도 인수 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내 단일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생산하는 태양광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하이닉스의 기존 반도체 생산라인 중 일부를 태양전지라인으로 전용해 사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라인은 박막형 태양전지로, LCD라인은 결정형 태양전지 라인으로 전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현대차(005380)의 경우에도 하이닉스와 관계가 돈독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제품의 대부분을 하이닉스 계열인 QRT반도체를 통해 테스트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반도체의 차량 탑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대차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는 사업적으로 메리트가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 매력적이지만, 두려운 매물 하이닉스..`인수 머뭇거리는 이유` 현대가의 부활, 사업 시너지라는 명분과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인수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은 인수 후 갖게 될 리스크 때문. 시가총액이 17조원에 달하고 작년 매출액이 12조원에 육박하는 하이닉스이지만, 들쑥날쑥하는 반도체 경기는 인수 후 그룹 전체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경우 매년 조(兆)단위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비용도 부담이다.
매각 공고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 있지만, 내부 유보금 등 내부 사정을 살펴볼 때 인수할 능력이 달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각 그룹마다 인수 여력이 별로 없다. 일단 맏형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잔금을 치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대형 M&A에 나선다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에 고배를 마신 현대그룹의 경우 현금여력이 부족한데다 주력사업이 해운(현대상선), 증권(현대증권) 등 경기 민감도가 큰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형 매물 하이닉스에 눈독을 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가 관계자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각 그룹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팽배한데, 채권단 등 매각자쪽에서 바람을 잡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돈을 쓸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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