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HP와 스마트폰 시장 개척자인 팜의 '동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결합이 몰고올 휴대폰 업계 지각변동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애플, 구글, MS에 이어 HP까지 스마트폰 산업에 뛰어든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중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또다시 허물어진 컴퓨터와 휴대폰 사이의 장벽
28일 HP는 팜을 현금 12억 달러(한화 1조339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토드 브레이들리 부사장은 "팜의 기술혁신적 운영시스템은 독특하고 다양한 HP의 모바일 관련기기를 확장하는데 이상적인 기반을 제공한다"며 "팜은 엄청난 지적재산권 자산과 매우 숙련된 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팜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적할 이동통신용 운영체제 '웹(web)OS'를 개발해 놓은 상태다. HP는 이번 인수로 '웹OS'는 물론, 1600여개의 모바일 관련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또 존 루빈슈타인 팜 CEO는 "HP는 '웹 OS' 성장을 가속하는 완전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진격한다는 공식선언이자 경쟁업체들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김유진 토러스증권 기업분석부 차장은 "HP는 전통적으로 데스크탑과 노트북 PC 분야의 강자고, 팜은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PDA로 유명했던 회사"라며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갈망했던 HP로서는 팜이 가진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활용할 수 있게 돼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컴퓨터와 휴대폰의 경계가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과거 따로 떨어져 있던 컴퓨터 사업부와 휴대폰 사업부를 합쳐 운영하는 것도 그 시너지 효과가 어떠한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LG전자에게는 두 기업의 결합 자체가 악재"
HP의 팜 인수는 최근 이익률 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에게 시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066570)는 지난 2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TV와 가전 부문은 선전했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휴대폰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체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특히 휴대전화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0.9%로 하락했고, 평균판매단가(ASP)도 떨어졌다.
애플이 아이폰 판매호조에 힘입어 지난 1월~3월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매출액 135억달러(한화 약 15조원)를 기록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기간 중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고, 판매량은 875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1%나 늘었다.
그만큼 아이폰은 비싸게,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결국 저가폰을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아이폰이 남기는 이익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세계 시장에서 노키아 다음으로 휴대전화를 많이 파는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640만대를 판매해 3.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노키아(38.8%), 림(19.7%), 애플(14.4%), HTC(6.0%)에 이어 5위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모두 HP와 팜의 합병 소식이 달가울 리 없다. 아이폰을 쫓아가기도 바쁜데 발목을 잡는 경쟁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팀장은 "현재 스마트폰의 최강자인 애플도 과거에는 컴퓨터 회사였다"면서 "델, 레노버 등 전통적인 PC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 가뜩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게 두 기업의 합병은 그 자체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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