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일본도(장검)로 주민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의자의 망상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으나, ‘일본도, 살인사건’ 등을 검색하며 사전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검찰은 ‘치밀하게 계획된 이상 동기 범행’이라고 봤다.
|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백모(37)씨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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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은하)는 살인죄 및 총포화약법 위반죄로 백모(3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22분께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총 길이 약 102㎝의 일본도를 약 10회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하고, 허가받은 내용과 다른 방법으로 일본도를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후 정치·경제 기사를 섭렵하다 중국 스파이가 대한민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망상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피해자 김모(43)씨를 감시하는 중국인 스파이라 생각하고 저지른 ‘이상 동기 범죄’임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백씨는 올해 1월께 범행 목적으로 일본도를 구입하면서 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 ‘장식용’으로 허위 신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 일본도 소지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골프백에 넣어 다니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검찰 측의 입장이다. 또 일본도 사용을 위한 연습용으로 목검까지 추가로 구매하기까지 한 사실도 파악됐다.
검찰은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근거로는 총 4가지로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사전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 전 ‘일본도, 용무늬검 검도검 장검, 살인사건’ 등을 검색한 점 △이번 범행으로 경찰에 체포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피고인의 진술 능력 등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의 장례비, 생계비, 학자금 등을 신속히 지원 결정하는 등 피해자 지원 조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면서 “이상 동기로 인해 중대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