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교사노조,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

18일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
평등권·직업의 자유·교육권 침해 주장
"포괄적 법 규정이 악의적 고소 낳아"
  • 등록 2023-08-18 오후 1:57:50

    수정 2023-08-18 오후 1:57:50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가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초등교사노조가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초등교사노조 제공)
초등교사노조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복지법 제 17조 5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교사들은 이 법 조항이 ‘정서적 학대행위’를 포괄적으로 명시해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를 제한하고, 무고한 고소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헌법소원 청구인은 10년 전 충청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투는 학생들을 훈계했는데, 지난 5월 학부모에게 정서적 학대 혐의로 신고당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청구인은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나의 억울함이 개인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서이초, 호원초의 선생님들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는 교사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고 헌법소원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누구든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중 5호에 명시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유기나 방임의 수준에 이르지 않거나 의도가 없어도 학대 피해에 대한 인식 가능성만 있으면 처벌될 수 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서적 학대 금지의 모호성이 교권침해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학부모가 교원의 생활지도에 반감을 품고 기분이 상하면 아동학대로 교사를 고소하는 일이 남발하고 있다”며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는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학생 생활지도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무고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교사노조연맹이 유치원·초·중·고 교원 1만1377명을 상대로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처벌’ 등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38.21%)을 꼽았다.

헌법소원청구서를 작성한 박상수 변호사는 “헌재는 법원이 유기나 방임 수준의 정서적 학대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가 명확성의 원칙과 책임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2010년대에 합헌 결정을 세 번 내렸다”며 “법원은 유기나 방임의 수준에 이르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도 정서적 학대를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오늘날 이 조항은 선생님의 훈육 업무를 형해화한다”며 “명확성의 원칙과 책임원칙을 위반하고, 교사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 직후 초등교사노조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헌법소원은 최소 1년이 이상이 걸리는 장기전이라 대한민국 교사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법안 개정 운동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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