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면세점 지도]'이번엔 패자부활전'..3차 면세점 전쟁

서울면세점 추가 움직임에 유통업계, '오월동주' 이합집산
롯데-현대 "환영"vsHDC신라-신세계-두산-한화 "결사 반대"..극명 대립
SK '관망', 이랜드 '부정적'..처지 따라 입장도 갈려
  • 등록 2016-03-16 오전 11:30:36

    수정 2016-03-16 오후 4:04:38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입점해 있는 롯데월드몰 전경(사진=롯데면세점)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면세점 제도 개선을 앞두고 불거진 시내면세점 추가설에 유통업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정부가 상반기 중으로 예정했던 정책 발표 시기를 이달 말로 앞당기고 제도개선 TF가 국내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뺏긴 자’ 사이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특허권 경쟁에서 실패한 롯데, 현대백화점 등은 추가 개설을 반기고 반대로 HDC신라, 신세계, 두산, 한화갤러리아 등 이제 막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영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펼친 유통사간 전면전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각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적에서 동지로 이합집산 하는 모양새도 비친다.

크게는 신규 개설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두 부류로 나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사마다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우선 신규특허를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기업은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관세청의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입찰에서 특허권을 잃어 오는 6월 30일 월드타워점의 문을 닫아야 한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 본점과 신라 본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출(6112억원)을 올렸다.

면세점 제도개선 TF는 면세점 사업 기한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과 함께 기존 업체에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렇게 되면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탈락해 오는 5월과 6월 각각 특허 기한이 만료되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은 사업권을 유지,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동안 월드타워점 폐점 이후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던 롯데와 달리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두산에 면세운영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인천 영종도의 보세물류 창고를 매각하기로 합의하는 등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갔던 SK는 정부의 정책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면세점 재추진’ 등 계획을 다시 짤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인력 유출 등 피해 정도가 커 이렇다 할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작년 면세점 신규 심사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도 “현행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야한다”면서 롯데와 SK 편에 섰다. 다만 현행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단기간 내 힘들다면 허가제를 유지하면서 운영능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상당수 기업에 사업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면세사업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해 사업권 입찰에서 떨어진 이랜드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금처럼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전면 자유화된다면 사업 진출을 검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뛰어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고 또는 등록제 전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이랜드가 패자부활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C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두산, SM(하나투어) 등 작년 하반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5개사는 “추가 출점할 경우 공급과잉으로 출혈경쟁이 심해져 국내 면세점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규면세점 사장단은 지난 1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신규 업체들이 브랜드 유치 어려움과 인력난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규 면세점이 오픈하는 것을 1년 정도 지켜본 뒤 장사가 잘되고 시장이 커지면 선의의 경쟁을 위해 신규 업체가 입점할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선 아니다”라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줄어드는데 면세점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으로 지난해 인사동에 서울시내 면세점을 연 SM면세점은 서울에 신규로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희석 SM면세점 대표는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사업자들은 불과 채 반년도 되지 않아 정부의 정책결정이 변경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도 일일 매출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최저 10분의 1에 그치는 등 면세시장의 환경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신규 면세업체 관계자는 “지금 시기적으로 신규 면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게 우선인데 신규로 특허를 내준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롯데와 SK의 사업철수를 막겠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자들은 참여 업체가 많아질수록 명품 브랜드 유치는 물론 면세사업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른 신규업체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빠져야 ‘빅3’ 해외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사실상 신규업체들이 명품 없이 사업장을 운영하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른 관계자는 “특허를 받고 하루라도 빨리 사업장을 열라고 채근하더니 이제는 신규로 특허를 더 준다고 하고 있다”며 “현재 매장 MD 구성도 어렵다. 신규 사업장의 어려움을 정책 당국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업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면세점 제도 개선 논의는 정부가 정책 실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물론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 등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이 더 나빠지기 전에 바로잡으려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가 허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라며 “다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과 피해 등을 최소화 하며 매끄럽게 변화를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이 늘어난만큼 수요가 따라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면세사업을 하는데 특허기간 5년은 너무 짧다. 현행 특허법에 문제가 있고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는 찬성하지만 완전히 갈아엎는 식의 급격한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 있는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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