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본입찰 과정에서 빚어진 절차상의 문제는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전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산업은행에 예비입찰과 본입찰 과정에서 CJ그룹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3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예비입찰과 본입찰의 대표회사 명의가 달라도 되는지와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채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입찰 참여와 유상증자 계획 등을 결정하는 게 문제 소지가 없는지 등을 묻는 게 주 내용이었다.
실제 CJ그룹은 당초 예비입찰자였던 (주)CJ 대신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GLS를 대표회사로 본입찰에 참여시켰다. 이는 본입찰 때 대표자를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대한통운 예비입찰 안내 공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의 경우 본입찰 대표회사가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으로 변경되자, 삼성SDS의 이사회를 거쳐 본입찰 전에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CJ그룹이 했듯 본입찰 때까지 대표회사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삼성SDS를 `히든카드`로 남겨뒀다면 판세는 달라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또 입찰에 참여한 CJ제일제당이 상장사임에도 대한통운 인수 입찰에 대한 이사회 결정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점,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자금조달 계획에 유상증자를 한다고 했지만 이사회 의결서가 없다는 점 등도 문제 삼았다.
업계에선 인수 주체 중 하나인 CJ GLS가 계획대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보내고 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회사 체제의 기업집단은 2개의 자회사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50 대 50으로 출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CJ CLS가 1조원 가까운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CJ GLS는 (주)CJ를 대상으로 5000억원의 유상증자와 5000억원의 외부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보낸 3가지 질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세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와 공정하지 못한 룰의 적용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보낸 질의에 대해 오늘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으나, 아직 법무팀을 통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3가지 질의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낸다면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면서 "소송 제기 등의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를 놓고 보면 산업은행이 포스코 컨소시엄과 CJ그룹 양측에 똑같은 룰을 적용했다 보기 힘들다"며 "포스코가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불공정 시비로 인수전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도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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