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LG 휴대폰..비결은?

저가폰 늘어도 수익성 요지부동..내년 1억대 판매 도전
  • 등록 2007-10-17 오후 3:49:26

    수정 2007-10-17 오후 9:32:04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3년 전의 삼성전자를 보는 것 같다'

LG전자(066570)가 3분기에 휴대폰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적표를 내면서 시장에서는 'LG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빅히트 모델이 없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널뛰기 하던 불안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3분기 실적은 숫자 자체도 좋지만 외풍에 흔들리지 않은 안정감을 입증했다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고가폰에서는 어느 정도 이익을 유지하다가 시장 확대를 위해 저가폰 모델 물량을 늘리기만 하면 수익성이 크게 추락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2005년과 2006년 모두 저가폰이 분기당 200만대 이상만 풀리면 영업이익률은 여지없이 '제로'를 향해 흘러내렸다.

▲ LG전자 휴대폰 영업이익(률)추이. 저가폰 비중이 늘어날때마다 수익성이 급락했던 과거의 흐름을 처음으로 벗어났다. (자료 : 현대증권)


그러나 지난 3분기는 달랐다. 저가폰이 230만대나 출하됐지만 영업이익률은 8.4%를 유지했다. 수익성 좋은 고가폰들이 훨씬 더 많이 팔렸고 원가절감 노력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게 쏟아낸 저가폰에서도 나름대로 이익을 올렸다. LG전자 휴대폰이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빠르게 변모한 비결은 뭘까

◇똘똘한 놈 하나만 잘 만들자

LG전자는 2005년에 서울과 청주로 나뉘어 있던 휴대폰 생산시설을 평택으로 통합했다. CDMA와 GSM방식 휴대폰을 각각 독자적으로 생산하면서 구매와 개발을 따로 가던 방식을 하나의 히트모델을 공들여 개발하고 그 모델을 CDMA와 GSM시장에 모두 출시하는 '글로벌 플랫폼' 전략을 도입한 것.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초콜릿폰과 샤인폰이다. 초콜릿폰이라는 이름으로 CDMA, GSM, 3G 등 다양한 형식의 제품이 나왔고 중남미에는 초콜릿폰의 디자인을 살리면서 일부 고가의 기능을 빼는 방식으로 '탐나는 중저가폰'을 만들어 내놨다. 초콜릿폰은 누적 판매가 1400만대를 넘어서며 국내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고 샤인폰도 400만대 이상 팔렸다.

이렇게 '원 플랫폼 멀티 프로덕트' 전략이 먹혀들면서 LG전자는 판매대수는 늘면서 플랫폼 숫자는 줄어드는 효율적인 구조로 바뀌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을 운용하게 되면 제품당 15∼30억원씩 투입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부품이 사용되므로 원가도 낮아지고 같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면서 숙련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LG전자 휴대폰 플랫폼 수와 플랫폼당 판매대수. 플랫폼 숫자는 줄어들면서 풀랫폼당 판매량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 연구개발 디자인 비용 아끼지 말자

단일 플랫폼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건 모든 휴대폰 업체들의 희망사항이지만 맘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빅 히트 모델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디자인과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LG전자가 휴대폰 디자인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쵸콜릿폰과 샤인폰을 잇따라 히트시킨 비결은 개발과 디자인 부문을 강화한 덕분이다. LG전자의 디자인 인력은 최근 3년간 5배 가량 늘었고 연구개발 인력도 2배로 늘었다.

한단계 개선된 디자인과 제품 개발력으로 히트상품을 내놓고 그 상품을 플랫폼 삼아 다양한 자매모델을 출시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여가는 선순환 구조가 서서히 정착되는 분위기다.

▲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대수는 약 3년의 간격을 두고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최근 상황은 삼성전자가 중저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04년과 유사하다.


 
◇새 공장 새 시스템 정착

LG전자 평택공장이 새로 도입한 '공용 팔레트 시스템'도 LG전자 휴대폰 변신의 숨은 비결 중 하나다. 생산라인을 평택으로 일원화하면서 도입한 공용 팔레트 시스템은 한 라인에서 서로 다른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특정 제품을 생산라는 라인이 고정적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수요가 많은 제품 라인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수요가 적은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은 재고가 쌓이면 라인을 멈추고 쉬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으로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공용 팔레트 시스템은 제품별로 팔레트(휴대폰 플랫폼을 장착해 생산라인을 따라 이송시키는 장치)만 갈아 끼우면 모든 휴대폰 라인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생산라인의 모델 체인지 시간이 최소화되고 그만큼 생산성이 높아진다.

LG전자 관계자는 "판매량이 늘면서 라인 가동률이 높아지고, 그러면서 공용팔레트 시스템의 위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부품 구매방식의 꾸준한 개선으로 단가를 낮춘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한 LG전자는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휴대폰 1억대 판매 기록을 세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양증권 최현재 애널리스트는 "연간 1억대 판매가 가시화되면 글로벌 톱3 업체들처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LG전자 휴대폰 부문이 글로벌 톱3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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