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한 뒤 계엄군이 국회 및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령하려 한 정황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 2021년 미얀마 군사 쿠데타 당시 촬영된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 (사진=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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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은 2021년 2월 1일 미얀마의 의회 근처에서 한 여성이 에어로빅 동작을 선보이는 가운데 뒤 배경에는 의회를 향해 장갑차가 줄지어 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여성은 이를 모르는 듯 에어로빅 삼매경에 빠져있다.
3분 25초짜리 영상을 공개한 이 여성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사는 체육교사로, 그는 “평상시처럼 아침 뉴스 전에 운동하는데 헬리콥터와 차량이 돌아다녔다.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유명해지려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무렇지 않게 보내던 일상이 군사 쿠데타로 인해 격랑으로 곧 빠져들 것을 예감하며, 비극적 현실과 일상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 (사진=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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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접한 이들은 미얀마 내전 당시와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후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고 도로에 장갑차가 활보했던 당시와 닮아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은 “계엄 선포를 보고 한국이 제 2의 미얀마가 되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국부 아웅 산의 딸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불복하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미얀마는 여전히 군부의 강압적인 통치 아래 있다. 군정은 국가비상사태를 계속 연장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저항 세력과의 충돌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2만 5900명이 체포됐으며, 그중 약 2만 명이 여전히 구금 상태다.
|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 4일 새벽 계엄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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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의 얀나이툰 특사(54)는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독재자들의 매우 잔혹한 탄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얀 특사는 미얀마 군부정권의 계엄 선포 당시 “미얀마국민들이 군부 독재자들의 불법체포, 탄압, 억압을 당해서 매우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예상돼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다”면서 “계엄은 국가가 전쟁에 휩싸일 때 선포하는 것인데, 대한민국처럼 안정된 나라에서 선포할 필요가 없다. 한 국가의 발전과 자유는 오직 인간의 온전한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민주주의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 수호를 향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