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각) 애플이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자 20일 주식시장에서 IT주가 일제히 날개를 달았다. 대표주자인 삼성전자(005930) 역시 장중 4% 가까이 급등, 종가 기준으로도 3.5% 오르는 등 오랜만에 고공행진을 펼쳤다. 전일까지 불과 8거래일만에 10% 이상 급락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애플의 실적발표가 지지부진했던 국내 IT주에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싸고는 다소 엇갈리는 의견도 나온다. 최대 라이벌인 애플이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꼭 호재로만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뉴욕증시 장 마감 후 회계 3분기(4~6월) 순이익 73억1000만달러(주당 7.79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시장 예상치(주당 5.85달러)도 훌쩍 웃돌았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주역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였다. 아이폰은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팔렸고, 아이패드는 3배 가까이 팔려나갔다.
문제는 삼성전자 역시 믿을 곳이 휴대폰 부문이라는 점이다.
애플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라이벌 업체라는 점보다는 최대의 부품 공급사라는 점에 보다 주목하는 분위기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A5칩, D램 등 부품 쪽에서 애플의 큰 고객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가 기대치를 상회했다면, 삼성전자의 실적 역시 기대를 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날 주가의 반등이 연속성을 띌 수 있을지, 즉,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중한 반응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연속성을 부여하려면 휴대폰 이외의 부문에서도 수요가 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D램값이 1달러 이하로 내려앉은 이후에도 추가적인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반도체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반기 이후에도 실적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영보 한맥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어떻게 전망할지가 일단은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추가적인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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