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가 복잡해 인간이 우위에 있다고 점쳐졌던 바둑마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AI산업은 IT 강국으로 불리는 현실과 정반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 규모가 미미할 뿐 아니라 기술적 기반도 닦여있지 않고,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적 논의도 부족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공공부문에서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컨설팅실 연구위원이 15일 발표한 ‘AI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2010년 45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1000만달러로 확대됐다.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6건에서 54건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AI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70억달러에서 2017년 1650억달러로 연 평균 14.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반 역시 작다. 2013년 기준 국내 AI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이다. 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업체 수로 따져봐도 2.5~6.7% 수준이다. 한국 IT산업이 전 세계에서 10.7%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많지 않다.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035420)가 각각 700억원, 1000억원가량을 들여 AI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구글(연 평균 20억달러)이나 중국 바이두(3600억원 투자해 딥러닝연구소 설립)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기술적으로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 미치지 못한다. 미국과 일본, 한국, 국제특허(PCT) 등 4개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AI 관련 특허 1만1613건 가운데 한국인이 보유한 특허는 306건으로 3%에 불과하다. AI 소프트웨어(SW) 수준은 최고 기술국 대비 75% 수준에 그쳤다.
이에 장 연구위원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산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책 방향 자체를 중앙집중식 통제하기보다 개방과 공유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민간부문의 AI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또한 중요 과제로 꼽혔다.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업 부문의 AI 기술 융합이 활성화하도록 세제와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를 양성하는 체계적 방안도 시급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AI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윤리 규범과 법 제도적 정비 등을 통해 AI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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