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해 직접금융을 확대하려던 금융당국의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STX팬오션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1조원에 달한다.
STX사태로 안그래도 어려운 회사채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웅진사태 이후 A급 회사채조차 외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STX사태마저 불거지면서 ‘AA’ 급 이상 초우량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하겠다며 만든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도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단 한 곳만 회사채를 발행했을뿐 개점휴업 상태다.
QIB가 지지부진하자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QIB 활성화 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기금 등이 속한 부처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내부규정으로 A급 이하 회사채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A급 회사채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투기등급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수요층이 나서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고위험을 강요하긴 어려운 만큼 회사채 시장은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