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군축' 주장한 北, 비핵화 협상 실패시 공중 핵실험 가능성

北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선언
핵보유국 입장서 핵군축 언급, 협상력 제고 포석인듯
핵투발 수단 탄도미사일, 재진입·소형화 기술 한계
비핵화 협상 실패시 실제 미사일에 핵 실어 실험할 수도
  • 등록 2018-04-22 오후 4:55:40

    수정 2018-04-22 오후 6:39:3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군축’(Nuclear Disarmament)을 주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군축은 핵 관련 군비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핵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보상과 체제 보장 등을 대가로 내놓겠다는 일종의 ‘통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실제 북한의 핵 능력이 핵보유국 반열에까지 다다르지는 못했다는게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실험 중단이 핵보유국 입장에서의 핵군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핵무기 선제 불사용과 비확산 주장은 그동안 핵보유국이 펴 온 논리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지난 해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北, 10기 안팎 플루토늄탄 보유…HEU도 상당 수준

북한은 그동안 6차례의 핵실험과 관련 연구를 통해 10기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연료인 플루토늄(PU)을 50여kg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 1개당 6kg의 플루토늄이 필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방백서는 또 다른 핵무기 연료인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한바 있다.

반면 핵무기 사용을 위한 운반체인 탄도미사일 분야에선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혁명’이라고까지 칭한 ‘백두산 엔진’ 개발 성공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 9월 6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력 완성의 마지막 단계’라고 언급한 이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5형’의 시험발사 직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화성-15형은 시험발사 당시 고도 4475km, 비행거리 950km를 기록했다. 이것을 최소에너지 궤도로 정상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3000km 달한다. 미 대륙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北 ICBM, 재진입·핵탄두 소형화 기술 미흡

하지만 ICBM의 핵심인 재진입 기술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발사한 미사일이 대기권 밖을 비행하다 다시 대기권 내로 진입할 때 탄두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고열로 기체 내부의 전자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탄두가 중간에 폭발할 수 있다. 재진입 능력 확보는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통해서만 증명할 수 있다. 정상각도 시험발사로 마하 24이상, 재진입 각도 30~45도에서 열전도 및 삭마현상 최종 확인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산하 화학재료연구소 현지 지도 관련 보도에서 재진입체 개발을 위한 연구소 시설 확장 조감도도 공개한바 있다. 아직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핵을 실제 미사일에 탑재하는 핵탄두 소형화 달성 여부도 불분명하다. 만일 소형화에 이미 기술적으로 도달했다면 더 이상 핵실험은 필요없다. 하지만 지난 6차 핵실험이 핵융합 반응을 확인한 첫 시험이었다는 점에서 핵장치(nuclear device)로 실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소탄의 소형화를 위해서는 핵탄두 형태로 한 차례 이상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간에 비핵화 협상 실패시 북한이 실제 미사일에 탑재해 공중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해 추가 핵실험을 하고 싶어도 재진입 능력의 확보가 없이는 확실한 핵억제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실험을 할 수 없다”면서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능력 확보 여부가 마지막 핵실험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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