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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대사는 10일(현지시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여성들은 언제나 안심하고 앞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할 때 어떠한 위협도 받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올 한 해 미국 사회를 뒤흔든 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헤일리 대사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계속 논의돼야 한다”면서 성폭력 가해자라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누구라도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선거 이전에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들이 성희롱을 당했다거나 그러한 취급을 받는 것처럼 느꼈을 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헤일리 대사는 피해 주장 여성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달리했다. 이는 내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올 한 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성폭력 피해 폭로, 그리고 이에 대한 여론 심판 분위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초 타임지는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s)’, 이른바 미투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공유한 여성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혐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가 내년 중간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을 맡았던 ‘어패런티스(견습생)’ 출연자 서머 저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강제로 키스하고 가슴을 만졌다고 폭로하고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 중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을 차단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로이 무어 후보를 자동 음성 녹음 전화로 지지하고 나섰다. 무어 후보는 검사 재직 시절 10대 미성년자들에게 성폭력을 휘둘렀다는 성추문에 휩싸여 비난을 받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