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고급호텔, 장기불황에 '백기'

반값점심에 숙박할인.."거품 더 뺀다"
  • 등록 2013-04-04 오후 2:34:57

    수정 2013-04-05 오전 5:17:47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호텔들이 고민이 많습니다. 불황에 단골 기업들은 점심·저녁 대신 저렴한 조찬으로 미팅 시간대를 돌리거나 부유층마저 할인 및 제휴카드를 이용하는 현실입니다. 이렇다 보니 문턱을 낮출 수밖에요.”

콧대 높던 럭셔리 호텔들도 긴 불황의 터널을 비켜가지 못했다. 특급 호텔들이 앞다퉈 문턱을 낮추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관광객마저 줄어들자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기존 6만원대를 훌쩍 넘던 점심 뷔페 대신 저렴한 단품 메뉴를 내놓거나 다양한 할인 행사로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팔래스 호텔은 기존 레스토랑 ‘더궁’을 ‘스톤플레이트’로 재개장하면서 점심 뷔페 대신 2만~3만원대 파스타, 샌드위치, 불갈비·비빔밥 정식 등을 주 메뉴로 내놨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도 2만5000원짜리 브런치 세트를 선보였다. 이 호텔의 일식당 ‘만요’ 역시 요일별로 각기 다른 메뉴를 약 30% 할인된 가격에 제공 중이다.

F&B 식음담당 지배인은 “기존 점심이 5~6만원선이었다면 이젠 2만원으로 다양한 점심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라며 “부담이 줄어 주변 직장인들에게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 팔래스 호텔 ‘스톤플레이트’에서 선보이고 있는 단품 메뉴 ‘불갈비 정식’.
럭셔리를 벗고 할인 행렬에 뛰어든 호텔도 하나 둘 늘고 있다. 현재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는 인천의 특급호텔인 라마다 송도, 명동 로얄 호텔 등의 숙박권이 10만원도 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특1급 롯데호텔 부산 1박 숙박권도 티몬에서 기존 37만원에서 13만원에 판매 중이다. 명동에 위치한 스카이파크 호텔도 33% 저렴한 11만원짜리 숙박권을 내놨다.

기존 가격보다 낮춰 판매하는 해피아워나 경품을 건 호텔도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델리는 저녁 7시부터 그날 만든 빵을 30~50% 싸게 호텔 빵을 구입할 수 있는 해피아워를 마련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저녁 8시 이후 빵을 60% 할인해 준다.

그랜드힐튼 호텔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4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승용차 르노삼성 SM7을 경품으로 내놨다. 오는 5월15일까지 투숙한 고객 중 추첨을 실시해 경품을 증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동안 쌓아온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면서도 “고객들의 발을 묶어 놓으려면 기존 호텔들이 거품을 더 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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