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03600) 회장은 지난 14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후 이천공장과 중국 공장을 잇따라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하이닉스반도체(000660)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본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배우는 자세로 1주일에 한 번은 이천 숙소에서 자겠다"고 말할 정도. 이 때문에 하이닉스 임원들이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의 이같은 의지는 하이닉스반도체 조직개편 및 인사에도 반영돼 있다는 평이다.
SK는 지난 15일 김준호 SK텔레콤 사장과 박상훈 SK바이오팜 사장을 각각 코퍼레이트총괄본부장(부사장)과 제조총괄본부장(부사장)으로 발령하고, SK텔레콤 출신의 송현종 전무와 임종필 상무 등 6명의 임원과 8명의 수석 등 총 14명을 전입시켰다. 김준호 부사장은 CEO 직속 SKMS실 실장도 겸하는데, SKMS실은 SK그룹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조직이다.
아울러 SK텔레콤(017670) 내부에 반도체 전략 담당부서인 10여명 규모의 SC사업기획본부(본부장 박정호 사업개발부문장 겸임)를 발족해 통신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기로 했다.
◇ 새판짜기 화두는 지원 고도화..연구개발·마케팅 총괄은 하이닉스 출신 하이닉스의 최근 조직개편을 보면 최태원 대표이사 회장과 권오철 CEO 사장 아래에 직속 조직으로 품질보증실외에 SKMS실과 미래비전실을 신설했다. 사업부서로는 연구개발총괄과 제조총괄, 마케팅본부, 코퍼레이트센터총괄을 두면서, 박성욱 부사장(연구개발총괄)과 고요환 전무(품질보증실장), 김지범 전무(마케팅본부장)을 유임시켰다.
생산(제조총괄)과 지원(코퍼레이트센터총괄)은 박상훈 부사장, 김준호 부사장 등 SK측 인사가 맡지만, 판매 후 사후 서비스나 R&D(연구개발), 영업은 하이닉스 전문가를 유임한 것. SK에서 전입한 진정훈, 길인, 송현종 전무와 임종필, 장성춘, 이명영 상무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SK에선 6명의 임원과 8명의 수석급(부장급)이 하이닉스로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이후 인력교류를 활성화하게 되면 원래 있던 구성원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어 인적교류는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지원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 하이닉스 후속 임원 인사 이달 중 마무리..일부 동요 움직임도 하이닉스 일각에선 후속 임원 인사를 앞두고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이닉스 임원 수는 부사장급 7명에 전무급만 11명 정도. SK에서 온 6명의 임원과 5개 (손)자회사 대표를 포함한 후속 임원인사가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생산과 영업, 품질보증 등 핵심업무에 기존 수장들을 유임시킨 것은 의미있는 일이나, 후속 인사가 나기 전 인데도 기존 본부장 방 옆 몇몇 곳에 별도 방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폭적인 물갈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방 공사는 새로 부임하는 임원을 위한 공간으로 추가 인사를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면서 "SK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라서 PMI(인수후통합)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하다"고 기우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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