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그랜저 차량과 비서팀 직원들간에 30분동안 승강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그랜저 차량의 우측 범퍼 부위로 CJ 소속 김모 부장(45)의 우측다리를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CJ의 신고를 받은 서울 장충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출동하게 된다.
CJ(001040) 측은 삼성물산 소속인 김모(42)씨가 며칠 전부터 이재현 회장을 쭉 미행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이재현 CJ 회장 맴돌던 남자..알고보니 삼성 직원" CJ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지난 17일쯤부터 출퇴근 시간에 누군가 이 회장 차를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CJ의 CCTV 자료에 따르면 41허XX29 번호판을 단 검은색 오피러스 차량이 17일 오전 8시쯤 이 회장의 자택 인근을 배회하는 모습이 처음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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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러스 차량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 회장과 운전사는 처음엔 '설마..'하면서 넘겼다.
미행임을 확신한 이 회장의 비서팀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검은색 그랜저 차량을 덥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교통사고로 이 회장 측 비서팀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운전자는 "소속을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CJ 측은 렌터카 차량을 추적해 김씨가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차장임을 밝혀냈다.
CJ그룹은 "이번 미행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삼성을 겨냥했다.
CJ는 "삼성이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김씨 등을 상대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 당사자인 삼성물산 김모 차장 미행 의혹 전면부인 이에 대해 김씨 측은 미행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삼성물산(000830)에 따르면 김 씨는 회사 측에 "신라호텔 부지 인근의 활용을 검토하기 위해 장충동 일대를 돌다가 21일 접촉 사고가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김 차장은 "접촉 사고와 관련한 경찰 처리까지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측은 "CJ가 경찰에 고소한다고 하니 시시비비가 분명하게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의 속내는 억울하다는 것이지만, 일단 미행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도 쉽지 않다. 삼성 측이 미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5년 제일제당(현 CJ)가 삼성그룹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서울 장충동에 있는 이재현 회장의 이웃집 3층 옥상에 CCTV를 설치하는 사건도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미행 사건이 공개적으로 불거지면서 삼성 측은 여론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이번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씨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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