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법적 불확실성에 국민적 정서까지 내세우며 론스타와 HSBC간 매매계약 승인을 미루고 있다.
오는 17일 외환카드 항소심 판결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내달 초 론스타와 HSBC는 계약을 파기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HSBC의 경우 한국에서 아예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항소심 시나리오
금융권 안팎의 일반적인 예상은 오는 17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판결에서 론스타가 1심과 같이 유죄를 확정받고 금융당국의 대주주 부적격 판정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이다. 그렇게 되면 론스타는 HSBC에 외환은행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은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상실, 10% 초과보유 지분에 대해 처분명령을 받게 된다.
만약 론스타가 유죄를 인정하지 않아 상고를 하더라도, 이번 항소심에서 사실심이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론스타에게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릴 명분은 갖춰지게 된다.
다만, 이번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론스타에게 무죄를 선고할 경우 경우의 수가 복잡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무죄 판결로 법적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승인해 줄수도 있고, 오히려 연말께 예정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판결까지 판단을 미룰 수도 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주심을 맡고 있는 이상윤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이 사건의 경우 적시에 처리할 주요 사건으로 돼 있고 피고인이 구속돼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 구속상태일 경우 6개월내에 판결을 내도록 돼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 2월 20일 항소심이 접수된지 4개월도 안돼 선고기일이 잡혔다.
◇ 금융당국 결정은
론스타가 유죄이든 무죄이든 결국 외환은행의 매매 계약 승인은 금융당국이 내려야 한다.
HSBC의 경우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론스타에게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내려 외환은행 지분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입장은 종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현재 정부에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이유는 론스타의 법적 불확실성과 국민적 정서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외국 투자자에게 국내 은행을 넘겼다는 비판과 외국자본의 `먹튀`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누군가 자리를 내놓고 책임질 각오로 나서지 않는 이상 반외자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고백했다.
◇ 계약 파기 후폭풍
내달 초 론스타는 HSBC와의 매매계약이 파기된다면 외환은행 매입자를 다시 찾아나서거나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국민은행(060000)과 하나금융지주(086790)가 공식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원하고 있어 공개입찰이 다시 진행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인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이 곧장 국내 은행들의 인수를 승인할 명분을 찾기는 어렵고, 투자자금을 회수해야하는 론스타 입장에서도 시간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인 10%미만 분할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론스타가 평판 리스크에 치명타를 입고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제 소송이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HSBC의 경우 다른 국내 은행을 인수하기보다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SBC에 정통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HSBC가 우려하는 것은 이사회와 주주들이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면 아예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아시아 지역내 다른 국가로 관심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HSBC는 중국,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부 은행들을 상대로 인수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총자산 세계 5위 금융그룹이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인도는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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