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전자분석업체인 A사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2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검사’(DTC) 항목 확대를 추가 의견 수렴과 시범사업을 거쳐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논의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업계에서는 ‘희망고문’에 지친다는 입장이다.
DTC는 소비자가 병원 등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기업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피부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등 12개 항목에 한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검사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미국·영국·일본과 달리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항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DTC 유전자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는 유전자검사 인증제를 도입, 인증 기업에 대해서는 검사 가능 항목을 늘리자는 방안을 의결했다. 또 수차례 회의를 통해 기존 12개에서 약 121개 항목까지 확대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121개 항목은 산업계가 희귀질환을 포함한 질병위험도 예측 등을 하지 않기로 의료계에 양보하고, 건강관리 수준의 비타민 등 항목만 하기로 협의해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국생위에서 DTC 규제 완화 방안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한 것에 이어, 지난 12일 국생위 회의에서 DTC 항목 확대에 대해 국민 의견을 추가 수렴하고 시범사업을 거치기로 결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계를 배제하고 의료·과학·윤리계 등으로 구성한 국생위가 유전자분석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국생위는 첨단의생명과학연구가 윤리성과 안전성, 과학적 타당성 기반 위에서 연구하고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등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아울러 지난달 25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산업계를 배제한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를 열고 허용 확대를 논의하던 121개 항목을 50여개로 줄이기로 결정해 업계의 공분을 샀다. 약 2년 반 동안 논의해 선별한 항목을 한 순간에 반토막낸 셈이다.
이에 지난 6일 경기도 판교에서 유전자분석 기업 대표들로 구성한 유전체기업협의회는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유전자항목심의위원회가 산업계 의견을 배제했다는 주장과, 질병에 대한 유전자분석은 의료기관에서만 하도록 양보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건강관리 수준에서 서비스 가능 항목을 구성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국생위 결정에 대해 이수연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시범사업에서 산학연의 의견을 반영, 적용할 유전자 검사 항목을 새롭게 선정하고 시행 및 평가 등을 통해 유전자검사 인증제와 검사 항목 확대의 장단점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수연 과장은 “심의한 관리강화방안을 통해 인증제도 법개정 전에 혼란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도입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656억원 규모이던 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6년 1055억원으로 61% 성장했고, 2022년에는 4053억원으로 뛸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에서는 지난 2016년 DTC 허용으로 국내 시장 규모가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실질적인 매출이 나지 않아 시장 규모는 약 10억원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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