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견제' 주승용 '文지킴' 정청래 최고위서 또 충돌(종합)

주승용 "3공(공개·공정·공평)해야"…정청래 "3공보다 사퇴공갈이 문제"
주승용-정청래 지도부 구성, 재보선 책임론 등 당내 현안 놓고 대립각
  • 등록 2015-05-08 오전 11:11:54

    수정 2015-05-08 오전 11:14:25

[이데일리 김진우 강신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이 8일 또 다시 충돌했다. 4·29 재보선 패배 결과를 놓고 지도부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면서다.

6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유일 비노(비노무현)인 주 최고위원과 친노(친노무현)는 아니지만 친노와 정서적으로 잘 맞는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 당내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재보선 책임론 놓고 설전…주승용 사퇴의사 밝히며 퇴장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 주 최고위원이 나흘 만에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이번 주말까지는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표님께서 아무 말도 없고 또 입이 간지러워 한마디 하겠다”며 “이종걸 원내대표 당선을 축하드린다”고 말을 꺼냈다.

앞서 주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 회의에서 4·29 재보선 패배 결과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문재인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그동안 회의석상에서 발언을 자제해 왔다.

주 최고위원은 “불의에 맞서 투쟁한 정의로운 인물이고 풍부한 경륜과 경험을 가진 의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산적한 현안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리라고 믿고 기대한다”고 이 원내대표에게 덕담했다.

주 최고위원과 이 원내대표는 당내 비노·비주류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김한길 전 대표를 좌장으로 하는 비노 진영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종걸 의원을 적극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재개한 이유는 이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내 세력 간 균형추가 맞춰졌다는 안도감이 우선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또 지도부 책임론에 반응이 없는 문 대표에게 당내 왜곡된 의사소통 구조를 혁파해야 화합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주 최고위원은 “저는 어떻게 당내 문화, 패권 문화를 타파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며 “‘3공 정신’을 되새긴다면 희망은 있다. 공개, 공정, 공평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주 최고위원의 발언 직후 정 최고위원이 즉각 반격했다. 그는 “공개, 공정, 공평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그런데 사퇴하지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 최고위원에게 공세를 취했다. 최고위원 서열상 정 최고위원은 수석인 주 최고위원 다음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자중지란 하지 말고 단결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이 4·29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이 단합해야 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서는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들어 치욕적이다. 제가 세상을 이렇게 살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정 최고위원이) 제 발언에 대해 사사건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비판했을 때도 제가 참았다”고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폭발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이런 식으로 당원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며 “주승용 의원의 말은 틀렸다거나, 저는 의견이 다르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도 사퇴하겠다. 모든 지도부들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주승용-정청래, 전대 직후 지도부 구성 놓고도 설전

주승용·정청래 최고위원이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8 전당대회 직후 지도부 구성을 놓고서도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문제의 발단은 수석사무부총장 인선 문제였다. 2월 말 문 대표는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인 김경협 의원을 임명했고, 주 최고위원은 “통합·탕평인사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최고위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사무총장에 손학규계 양승조 의원을 임명했기 때문에 수석사무부총장은 손발이 맞는 친노 인사를 임명하려 한 것이었지만, 주 최고위원은 통상 수석사무부총장은 수석최고위원 몫이었다는 점을 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 문 대표를 지원사격한 게 정 최고위원이다. 당시 정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전대 이후 문 대표는 폭넓은 탕평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사무총장·수석부총장·조직부총장은 원래 대표를 보좌하는 실무라인으로, 대표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반격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문 대표 견제 명분을 앞세워 지도부에 입성한 주 최고위원과 친노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정 최고위원이 대립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도 “내부에서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건 좋겠지만 외부적으로 국민들에게 비치는 모습이 어떨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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