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풋백옵션 행사를 전제로 파생상품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 금호산업으로부터 자금회수가 늦어지면 그 부담을 투자자나 신용보강을 해준 금융회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금호와 완전히 절연된 상품이 아니라면 매입이나 신용공여 등에 관련된 금융회사들은 모두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해결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 CDS 거래로 위험 전가
이번에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오른 `트루프렌드제구차`와 `우리씨엘엔유동화`는 신용파산스왑(CDS)을 통해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구조를 띠고 있다.
준거기업(금호산업)이나 준거기업의 채무(금호산업 회사채)에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CDS 계약상대방(보장매수자)에게 돈을 일시에 지급하는 조건으로 스왑프리미엄을 받는다. 이로 인해 ABS 투자자들은 다른 회사채에 투자할 때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지만, 준거기업의 신용사건 발생시 큰 손실을 보게 된다.
CDS 계약상대방(보장매수자)은 금호산업(002990)이 대우건설(047040)을 인수할 때 인수금융이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풋백옵션 행사시 금호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할 위험을 CDS 거래를 통해 다른 곳에 전가했다. 이를 ABS 투자자들이 가져간 것이다.
또다른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ABS 판매사나 투자자는 은행의 신용보강을 믿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며 "하지만 은행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PEF를 통한 대우건설 인수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도 `발목`
실제 은행들이 짊어지는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융에 참여한 곳은 금호산업 회사채나 대우건설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ABS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했다.
이 때 은행들은 수수료를 받고 유동화증권의 원리금을 대신지급하거나 매입해주는 약정을 맺었다. 따라서 금호산업이 풋백옵션을 막지 못하면 약정에 따라 이들 은행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ABS나 ABCP를 사들여야 한다.
`금호트러스트제일차`와 `우리프론티어`는 우리은행이 각각 900억원대의 ABCP 매입약정을 제공했고, `티와이제일차`는 산업은행이 2750억원 한도로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팬지아데카`는 지난 2006년말 대우건설 지분 5.6%(풋옵션 포함)를 5000억원에 매입한 페이퍼컴퍼니다. 인수자금의 80% 가량을 하나은행 및 제2금융권으로부터 장기대출로 조달했다. 대출만기는 내년 6월까지로, 올해 연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풋옵션을 받아주지 못하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위험 또 있을수도
더 큰 문제는 현재까지 금호산업의 신용도나 회사채, 주식 등을 토대로 발행된 ABS나 신용파생상품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데 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한국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큰 피해를 입힌 상품(트루프렌드제사차)도 금호산업을 준거기업으로 발행된 파생상품(CLN)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당시 CLN의 기초자산을 리먼브러더스가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큰 상관이 없다. 단지 금호산업이라는 게 중요하고, 그를 토대로 각종 파생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신평사들도 자신이 평가하는 ABS 등만 알 수 있을뿐 금호산업과 연관된 파생상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 또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관련기사 ◀
☞금호산업 리스크, 파생상품에도 `불똥`
☞"금호산업 신인도 하락 예상"..신평사, 잇단 경고
☞금호산업 신용등급 하락위기..한신평 `하향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