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영국 상장사들을 잇달아 품는 가운데 영국의 식품 상장기업 ‘테이트앤라일’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 100년 역사의 테이트앤라일은 영국의 ‘삼양사’로 통할 만큼 감미료 시장 내 영향력이 막강한 기업이다. 이에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일찍이 인수 조건을 검토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 (사진=테이트앤라일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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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어드벤트인터내셔널을 비롯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테이트앤라일 인수를 검토 중이다. 특히 세계 10대 사모펀드운용사이자, 올해 영국 택배업체 에브리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에 매각하면서 ‘세기의 딜(deal)’을 만들어낸 어드벤트인터내셔널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제안서 제출 기한을 비롯한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변동이 없다면 회사가 내년 상반기 안으로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이트앤라일은 1921년 설탕 사업을 하던 ‘헨리 테이트 앤 썬’과 ‘에이브람 라일 앤 썬’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식품기업이다. 설탕 사업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 FTSE 250(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1~350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들을 이루는 지수)에 포함되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28억~29억파운드(약 5조 37억원~약 5조 1824억원)로 추산된다.
5조원대라는 큰 액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관심을 갖는 배경으로는 테이트앤라일의 막강한 경쟁력(시장점유율)이 꼽힌다. 테이트앤라일은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몇 안 되는 식품 기업인데다, 설탕 외 인공감미료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테이트앤라일이 제조하는 팬케이크 시럽은 영국 왕실 인증 마크(로열 워런트)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미국 주요 시럽 브랜드를 제치고 영국 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공 감미료뿐 아니라 천연 감미료 제조를 위해 관련 투자에 자금을 아끼지 않은 것도 글로벌 PE들이 높이 평가하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테이트앤라일은 2010년 미국 경쟁사인 ASR에 설탕 사업부를 매각하고, 그 이후부터 인공 및 천연 감미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미국 기반의 차세대 식물성 원료 제조사 ‘CP켈코’를 인수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한편 테이트앤라일이 M&A 시장에 등장한 것은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과 기업들이 영국 상장사를 잇달아 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영국 펄프 및 제지 기업 DS스미스는 경쟁사인 미국의 인터내셔널페이퍼에, 영국 사이버보안 기업 다크트레이스는 미국 사모펀드운용사 토마브라보에 매각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