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인만큼 언젠가는 회복할 것이란 굳은 믿음으로 `물타기`에 나섰지만 재무 상황 악화, 워크아웃 등이 겹치며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만 거듭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산업(002990)은 지난 2007년 고점 대비 주가가 90% 이상 하락했다. 금호석유, 금호타이어 등도 고점대비 `반의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 금호산업, 2007년 고점 찍은뒤 90% 폭락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 2007년 11월2일 8만7400원(종가 기준)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그래프).
2007년 당시만해도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출 26조원의 재계 8위 대기업 집단이 되면서 금호산업이 주력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2007년 11월 이후 1년여만에 8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수직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1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며 다시 2만원대를 되찾는가 싶었지만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풋백옵션 리스크 재부각에 워크아웃마저 겹치며 결국 30일엔 8330원까지 급락했다.
금호산업 뿐만이 아니다. 2007년 10월 9만원 언저리에서 매매됐던 금호석유(011780)가 현재는 2만원을 하회하고 있고, 1만원대 중반에 머물던 금호타이어(073240)가 3605원까지 추락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하던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경기 악화, 신종플루로 인한 실적 둔화를 간신히 넘기는가 싶던 이때 그룹발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주가가 3000원대 초반까지 밀린 상황이다.
금호그룹 유동성 위기의 발단이 된 대우건설도 주가가 크게 빠졌다. 대우건설은 금호그룹에 피인수된 2006년말만 해도 2만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금융 위기 등으로 인해 1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다만 최근에는 산업은행으로의 피인수 가능성이 검토되며 금호그룹주 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다. 30일에도 한때 10% 가까이 급락하다 보합권까지 반등했다.
◇ 투자자 `상대적 박탈감` 커..향후 전망도 일단 부정적
올해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를 밑돌던 수준에서 1700선 언저리까지 껑충 뛰었다. 대부분의 대기업 집단이 큰 폭의 오름세를 시현했기에 금호그룹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오너 일가야 어차피 팔 주식이 아니었으니 주가가 급락한다 해도 상관 없을 것"이라며 "모든 피해를 개인투자자들이 짊어지는 것 같다"고 울분을 표했다.
문제는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이후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셀(매도)에 나서야할 시점"이라며 "워크아웃이 되면 주식수가 변동될 것이고 추가적인 악재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주들은 워크아웃 이후 출자전환, 계열사 M&A 이슈 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동안 주가를 억눌러왔던 악재가 겉으로 드러난만큼 오히려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실제 일부 계열사의 경우 워크아웃 이후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다만 워크아웃 신청 여부부터 이후 대응까지는 시장 논리로 설명할 수 없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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