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뛰어다니는 中 야만인, 알고 보니 “정규직인데요”[중국나라]

중국 광저우 동물원, 야만인 배우 모집한다는 포스터 확산
실제 랴오닝 관광지서 활동, 월급 95만원 받고 6개월 근무
“야만인인데도 돈을 받아?” 취업난 중국 온라인서 큰 화제
  • 등록 2024-07-19 오후 12:45:14

    수정 2024-07-19 오후 8:15:23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하고 산을 뛰어다니는 야만인(野人·예런)이 목격담이 나왔다. 정상적인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한 이들은 마치 원주민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알고 보니 지역의 한 동물원에서 모집한 ‘배우’라는 의혹이 제기돼 화제다.

중국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는 ‘야만인’ 배우들의 모습.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19일 바이두와 더우인(틱톡)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최근 광저우의 한 동물원이 야만인 배우를 모집한다는 포스터가 확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광저우 동물원이 관리하는 산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포스토 내용을 보면 광저우 동물원 풍경구에서 생활하며 관광객과 교류를 해야 한다. 관광객을 만날 때 말을 하는 것은 금지되며 ‘우우’ 같은 의성어만 할 수 있다.

동물원에서 주는 식사와 관계 없이 산에서 사냥을 할 수 있고 관광객이 갖고 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고 명시됐다. 사실상 비문명인의 모습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일당은 500위안(약 9만5000원)으로 기재됐다.

야만인 모집 포스터와 함께 온라인에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돌았다. 영상을 보면 예닐곱명의 무리들이 정리되지 않은 더벅머리와 새까맣게 칠한 분장을 한 채 산 속을 돌아다닌다. 산에는 움막처럼 보이는 구조물도 있다.

이들은 인디언처럼 손으로 입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익살스럽게 관광객을 어깨 위로 둘러업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야만인 배우를 모집한다는 포스터. 중국 온라인에 포스터가 떠돌자 광저우 동물원측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을 내놨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야만인의 일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광저우 동물원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동물원이 야만인 배우를 모집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저우 동물원 관계자는 중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야만인을 모집하지 않았다”며 “이런 배우를 모집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모집 포스터는 거짓”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와 네티즌들의 추적 결과 ‘야만인 모집’은 일부 네티즌의 포스터 짜깁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떠돌아다니는 영상 또한 누가 만들어 낸 거짓일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실제 중국의 한 관광지에서는 이러한 야만인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구 벤시 관샨 호수 관광지에서는 관광객과 상호 교류를 할 수 있는 ‘야만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4월부터 약 6개월간 정규직으로 고용돼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을 하며 월급은 5000위안(약 95만원)을 받게 된다. 산에서 음식을 찾거나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하루에 3~4번의 공연이 있고 주말에는 야간 공연까지 있어 상대적으로 일이 고된 편이라는 전언이다.

얼핏 보면 황당한 직업이지만 인기는 좋았다. 당초 야만인 배우는 1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반응이 좋아 14명으로 늘렸다고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의 한 관광지에서 야만인 분장을 한 중국인 배우. (사진=웨이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후베이성의 선농지아 관광지에서는 자연 관찰자라는 직업을 모집했는데 지원 조건에 야만인으로부터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내걸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곳에서 채용 인원은 3명이었는데 300명이 지원해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소문으로 퍼졌던 하루 500위안의 일당과 랴오닝 지역 야생인 배우의 5000위안 월급에 주목하고 있다. 산에서 뛰어다니는 것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것이다. 한 웨비오 비용자는 “이러한 정보는 대학생인 나에게 아주 좋다. 이왕이면 이곳의 연락처까지 알려달라”며 관심을 보였다.

반면 한 바이두 이용자는 “더럽고 거친 야생인을 보는데 누가 그곳에 갈까,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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