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자 "北책임자 먹을거리 가져와…타협여지 있어"

  • 등록 2013-04-11 오후 1:25:13

    수정 2013-04-11 오후 1:27:45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잠정폐쇄된 개성공단에서 사흘째 잔류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북측 책임자가 식량을 가져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123개 기업들의 대표들은 이런 북측의 태도로 미뤄볼 때,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의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만나 “오늘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이들과 통화했는데 라면이 떨어졌다고 하자, 그 쪽(북쪽) 책임자가 먹을거리를 가지고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좋은 시그널로 본다. 남은 것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 역시 “지난번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현지 법인장들에게 북한 측 관계자가 ‘사장 선생들에게 남측 정부가 할 일이 뭔지 말하라고 해라’라는 얘기를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의 심각한 상황을 전하며 하루라도 빠른 재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서도산업 대표)은 “이미 미국, 일본 측 협력업체들이 베트남 등으로 거래처를 변경하고 있다”며“빨리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개성공단 존재 자체를 상실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성공단 폐쇄는 개성공단에 입주해있는 123개 기업만이 아니라 그 기업과 관련된 협력업체들을 모두 죽이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는 “심지어 협력업체 측에서 통일부 앞에서 같이 데모하자는 얘기를 한다”며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국회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지원, 보상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일절 필요 없다. 개성공단의 빠른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가동을 대비해 현재 개성공단에 잔류하는 근로자들에게 식량 등 생활필수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청와대를 방문해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조속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설훈 비대위원은 “대통령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대화하자고 나서는 것은 굽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북이 잘못한 것이지만 우리가 수수방관하게 되면 개성공단이라는 9살짜리 어린아이가 죽을 것이고 남북관계는 암흑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솔로몬 법정에 선 어머니의 심정으로 개성공단을 살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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