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대표자 '무파업' 전기 마련할까?

윤여철 사장, 이상욱 지부장 자리걸고 교섭에 나서
윤 사장 내달 3일 본교섭 제안..노조 의견수렴중
노조 파업 찬반투표 강행..개표결과에 노사 모두 긴장
  • 등록 2007-08-31 오후 6:27:37

    수정 2007-09-01 오후 8:15:48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현대차 노사 대표자인 윤여철 사장과 이상욱 지부장이 31일 오후 전격 회동했다. 만남은 파업 찬반투표 진행으로 정신이 없는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을 윤 사장이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만큼은 대화로 풀어가자고 요청했고, 이 지부장은 납득할만한 수준을 제시하면 조합원의 뜻을 물을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듣기에 따라선 무파업 타결 기대감을 아주 조금이나마 가질만 하다.

하지만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 노조가 출범한 지난 20년간 현대차(005380) 교섭에선 파업투쟁이 관행으로 굳어져 온데다, 이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파업 찬반투표라는 변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마감된 조합원 찬반투표에는 현대차의 전체 조합원 4만4867명 중 4만809명이 투표에 참가해 90.9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투표결과는 밤 늦게나 내일 새벽에 나올 예정이다.  
 
▲ 윤여철 사장

이날 윤여철 사장과 이상욱 지부장은 활짝 미소까지 지으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무척이나 긴장되고,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윤 사장의 경우엔 올해를 '무파업'의 원년으로 만들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사측 관계자중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할 것이란 동정론도 흘러 나온다.

울산공장은 현대차의 최대 사업장이자, 노사 대표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윤 사장의 보직인 울산공장장은 현대차 내부에서 가장 영광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욱 지부장 역시 윤 사장과 마찬가지로 자리를 내걸고 교섭에 나서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에서 노조집행부 수장을 3번이나 역임한 베테랑이다. 역대 지도부중에선 가장 합리적이란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현대차의 노조 계보가 워낙 복잡한데다, 현 지도부와 노선을 달리하는 반대파 세력이 만만찮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사교섭 과정 그 자체가 노조원들의 선거운동 기간"이라고 말한다. 마침 이상욱 지부장의 임기가 연말에 종료되기 때문에 이번 교섭은 내년 지부장 선거의 전초전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노조 지도부는 교섭과정에서 일선 조합원들의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밖에 없고, 파업 찬반투표는 물론이고 교섭 막바지에 있을 최종합의안 찬반투표 결과까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만약 최종 합의안이 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거나 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찬성률이 낮을 경우엔 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이상욱 지부장
아마도 현 노조지도부의 입장에선 기왕에 밀어부친 파업 찬반투표인 만큼 높은 지지률로 가결돼 교섭대표단인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교섭의 최종 결과물이 될 노사합의안도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기를 바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측으로선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파업자제를 간곡히 호소해온 터라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되기를 가장 바랄 것이고, 가결되더라도 되도록이면 찬성률이 낮게 나옴으로써 '무파업'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고대할 것이다.

한편 현대차 사측은 내달 3일 11차 본교섭을 제안했고, 노조는 내부 의견을 수렴후 교섭 참가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가 '무파업'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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