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 더 무너지는 페이고 원칙…선거법 66조 주목

朴대통령 페이고법 강조했지만…선거 때 규제 더 시급
의원 후보자, 공약가계부 부실…공직선거법 개정 주장
  • 등록 2015-05-15 오전 11:29:28

    수정 2015-05-15 오전 11:29:28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의 흐름. 중앙선관위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의원의 ‘페이고(Pay Go·번 만큼 쓴다)’ 원칙이 무너지는 것은 단연 선거 때다. 국회에 입성한 이후 법안을 남발하는 것도 결국 선거 당시 무리한 공약에 대한 부담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여권이 페이고 원칙을 주도적으로 강조한다고 해서 총선 혹은 재보선 때 재원조달 방안까지 상세히 공개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행정권이 없는 의원이 페이고 원칙을 지키려면 공직선거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대통령·지방자치단체 후보들은 현행 공직선거법 66조에 의해 각 공약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을 선거공약서에 게재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을 뽑는 총선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총선 혹은 재보선에서 선심성 무상공약이 쏟아진다고 해도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한달도 채 안된 지난 4·29 재보선만 봐도 이는 확연하다. 이데일리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4개 지역구 후보 17명의 공약을 분석해보니, 4명만 공약 소요예산 등을 비교적 자세히 명시했다. 불과 24%다. 게다가 새누리당을 대표해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가계부는 오히려 더 부실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원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고 일단 내뱉고 보는 포퓰리즘은 의정활동 때보다 선거 때 훨씬 더 심하다”면서 “의원입법 규제는 선거 공약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페이고법(국회법 개정안)에 앞서 공직선거법 66조부터 개정돼야 한다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선거 때 주요 공약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놓으면 의정활동을 할 때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페이고법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페이고법으로 꼽히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을 써야하는 법안을 낼 때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쓴만큼 증가시키는 법안도 발의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예컨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복지 예산을 늘리자고 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그만큼 세금을 걷는 법안도 내자는 것인데, 각 상임위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만한 기구가 현재 국회에는 없다. 국회 예산을 크게 늘리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정부가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예산 소요을 법안을 낼 때 재원조달추계서 첨부를 의무화하자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도 입법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예산과 추진일정 등을 갖춘 공약) 관련법안은 그간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장 가까운데, 국회 정치개혁특위 테이블에만 올랐을 뿐 다뤄지진 않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치 자체가 재원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면서 “선거 때 서로 제대로 된 공약을 통해 경쟁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공약을 국회에서 중점 추진하면 더 명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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