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40%. 평생 한 번도 섹스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일본의 미혼남녀(18~34세) 수치다. 국립연구기관 조사로 나온 2011년 결과다. 자유롭게 연애하는 시대에 동정남·동정녀가 열에 네 명꼴이라는 소리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서울에 사는 35~49세 남성 미혼율은 20%. 5명 중 1명이 독신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7배가 늘었다. 이유는 뭘까. 답은 결국 돈이다.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큰 집이 필요하다. 교육비 마련 등 경제적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 어려워 연애나 결혼에 열정을 쏟지 못 한다는 소리다.
다 미래가 두렵고 불안해서 생긴 일이다. 촘촘한 경쟁의 그물망에 삶은 피폐해졌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한 번만 실패하면 바로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발만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 오늘날 한국은 ‘절벽’과 같다. 비정규직의 ‘일자리 절벽’, 개천에서 용 안 나는 ‘교육 절벽’, 양극화 키우는 ‘재벌 절벽’. 20년 넘게 기자로 살며 현장을 누빈 저자는 사회 곳곳에 자리한 절벽의 서늘함을 고민한다.
남은 일은 절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다. 인간적 자본주의가 해법이다.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단다. 복지 확대 얘기다. 천문학적인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확충이 절벽사회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시의적으로 의미있는 고민과 대안들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