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이사회가 결국 합병 계약을 해제키로 한 것은 막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였다.
삼성중공업은 합병계약서상 한도 95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9235억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계약서상 한도 4100억원을 근 3000억원 초과하는 7063억원이 행사됐다.
삼성중공업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키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25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5억원 가까운 사비를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주식매수청구권이 구조조정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지난해 중순 한솔CSN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꾀하다가 의결권 부족에 더해 주식매수청구권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행사되자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과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당초 상한 금액 2000억원을 넘어서는 2600억원 가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면서 급히 1500억원의 자금을 빌어 와야 했다.
올해 중반 진행된 삼성SDS와 옛 제일모직의 합병의 경우는 증시 상황이 좋았던 데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도 있어 무사히 넘어갔으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는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향후 이런 사례는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고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조선과 철강, 정유, 건설 등 기존 국내 주력산업군에 속한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생존책으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하다.
그런데 지난해말 현재 기관투자가의 상장사 보유 지분율은 16.1%(거래소 집계 기준)로 2008년 11.7%에서 대폭 높아진 상태다. 삼성중공업 사례처럼 소극적으로는 수익 방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는 반대 의사 표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결코 구조조정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퇴직연금 활성화 등 기관화가 더욱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대주주 이익만 고려했다가는 곧바로 기관투자가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