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4G 경쟁, 07년 소모戰 `악몽` 떠오른다

무디스 "4G 경쟁, 이통사 신용에 부정적 영향 예상"
"5월 마케팅비용 규제 발표 실효성 거의 없어"
  • 등록 2010-07-22 오후 3:31:00

    수정 2010-07-22 오후 3:50:15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의 4세대(4G) 이동통신기술 도입 경쟁이 지난 2007년의 3G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각 사의 재무부담만 급격히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마케팅과 설비투자 부담은 업계 마진을 악화시키는 `소모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들의 마케팅비용은 지난 2007년 가파른 증가율을 나타낸 이후 비교적 완만한 증가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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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통사들의 무선 부문 마케팅비용(좌, 막대)과 EBITDA 마진율(자료: 방통위, 한기평)
3G 기술 도입이 본격화됐던 지난 2007년 SK텔레콤과 KT(030200)(옛 KTF), LG유플러스(032640)의 무선부문 마케팅비용 증가율은 전년비 30~40%에 달했다.
 
또 이러한 마케팅비용의 증가는 예외없이 이통사들의 마진 악화로 이어졌다. 2007년 매출액 대비 EBITDA 비율은 4~6%포인트씩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4G 기술 도입이 2007년과 비슷한 마진 악화를 초래할 것이란 조짐은 지난 14일 SK텔레콤(017670)의 `LTE(Long Term Evolution)` 도입 추진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도입 발표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011년을 시작으로 4세대 이통서비스인 LTE로 전환하고, 2013년 전국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투자자금은 3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내달부터 월 5만5000원 이상 정액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에게 무선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스마트폰 활성화로 인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증가에 대한 기대를 크게 희석시키고 있다.

2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SK텔레콤의 이번 요금제 출시에 주목하면서 "트래픽 증가에 대한 우려로 미국과 유럽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기 시작하는 때 한국은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SK텔레콤이 LTE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미 치열해진 경쟁 양상이 계속될 조짐"이라며 "이통사들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의 대규모 마케팅비용 지출을 "바보같은 경쟁"이라고 표현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5월13일 마케팅비 지출을 제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이통 사업자들이 지난 6월 이후 기존에 보조금 등을 통해 한꺼번에 인식되던 마케팅비용을 요금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회계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마케팅비용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규제의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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