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인 이숙희 씨(고 이병철 회장 둘째 딸)도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상대로 1900억원대의 상속분을 요구하는 주식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삼성가 상속분쟁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삼성가 2세들도 유산 다툼에 가세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잘 짜진 CJ `시나리오` 이재현 회장이 진두지휘 이맹희·이숙희 씨로 이어진 삼성가 2세들의 상속재산 청구 소송이 확산되면서 CJ그룹의 사전 개입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는 정황상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데 무게감을 두고 있다. CJ가 빈틈없이 짜 놓은 각본대로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2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업계의 추론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CJ가 이미 삼성이 미행할 것을 예측해 CCTV를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등 치밀한 계산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다. 고도의 언론 플레이 또한 이재현 회장의 지시하에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했다면 삼성의 미행사건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삼성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이맹희 씨의 소송은 CJ그룹과 전혀 무관하다"고 들린다.
그러나 작년 CJ가 대한통운 인수 문제로 삼성과 마찰을 빚으며 한발 물러설 때 이미 이러한 소송은 예견된 지도 모른다. 때를 기다려온 것일 수도 있다. CJ그룹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생각하면 당시 삼성증권과의 문제에 대해 초기 강경한 입장을 취하다 결국 한발 물러선 것은 어쩌면 전면전을 준비하는 과정 중 작은 소모전을 피하겠다는 이재현 회장의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개입을 뒷받침해 줄 내용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맹희 씨의 소송에 앞서 CJ 법무 담당 직원이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와 함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뒤 다음날 같이 귀국해 소송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이 모든 것이 CJ가 준비해 온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이번 유산 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CJ는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장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삼성의 반격 첫 카드는 `범 삼성가 확산 조기 진압`
그러나 재계는 삼성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손 놓고 당하지만 않으리라는 것. 겉으로는 형제간의 민사소송이니 만큼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이런 삼성의 숨겨둔 카드에 대해 모든 시선이 고정된 상태다.
재계는 일단 삼성이 범(汎) 삼성가로 확산되는 소송 분위기를 먼저 차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한솔과 신세계까지 이번 소송에 가세한다면 삼성으로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숙희씨가 가세함으로서 이번 소송의 성격이 뒤바뀌었다"라며 "CJ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삼성의 역공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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