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3월 경영 복귀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특유의 '공격 경영'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회장은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500여명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과감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경영복귀 이후 이 회장의 공식 바깥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화성캠퍼스(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반도체 사업 진출 30주년 행사 참석한 이후 5년 5개월만이다.
당시 그는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등에 총 25조원을 투자하는 등의 비전을 발표해 이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게 되는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이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 역시 삼성의 주력제품인 반도체를 중시해온 그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 등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앞으로 반도체 등 삼성 주력 제품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글로벌 일류기업도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도 10년 뒤면 사라질 지 모른다"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또 지난 11일 5개 신수종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에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 회장의 '화두'가 '말'에 머무르지 않고 선제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한동안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하지 않은 채 한남동 자택과 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경영 현안을 챙겨왔다.
그러나 이달에 접어들면서 이 회장의 '정중동(靜中動) 행보'는 신수종 사업 투자 계획, 반도체 투자 계획 등을 잇따라 직접 챙기면서 그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은 오는 24일에는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양사 협력 관계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특히 경단련 일행과의 만남에서 "아직까지 일본 기업에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 바 있어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기업간의 회동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위기론'이 직접 경영 현안 챙기는 수준을 넘어 현장 경영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회장의 행보에 따라 관련 시장들이 덩달아 움직이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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