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소방관 연애사기…1·2심 유죄→대법 파기환송, 왜?

소방관이라 속이고 교제하며 28만원 편취
1·2심 벌금 100만원 → 대법원 파기환송
1심 당시 별건 구금…국선변호인 미선정 지적
5월 대법 전합 판결 반영…피고인 방어권 보장
  • 등록 2024-09-03 오후 12:00:00

    수정 2024-09-03 오후 12: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판단한 ‘가짜 소방관 연애사기’ 사건의 결말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원심법원이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22년 3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피해자 B씨를 만났다. A씨는 실제로는 소방관이 아님에도 소방관 제복을 입고 B를 만나거나 위조된 공무원증 사진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소방관이라고 속인 채 B씨와 교제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기름값 13만4000원과 현금 15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해 총 28만40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핵심 쟁점은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속된 경우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1심 공판 당시 A씨는 별건인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구금 상태에 있었음에도 1심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는 조항은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경우뿐만 아니라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A씨의 경우에도 1심 재판 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상 하자로 인해 1심의 모든 소송행위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북부지법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별건 구속 상태인 피고인에 대해서도 사선변호인이 없으면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판례를 변경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이같은 전합 판결 취지에 따라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피고인의 구금 상태를 더욱 세심히 확인하고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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