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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전례 없는 비트코인 실험의 막이 올랐다. 7일(현지시간)부터 엘살바도르에선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진짜 돈’처럼 쓰인다. 온라인 등 일부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정 화폐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세금을 낼 때도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
비트코인 지갑 한때 먹통…1000명 규모 반대시위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데이’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국민의 대다수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날도 어김없이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으며, 비트코인 전자지갑이 다운되면서 시민들의 화를 키웠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한때 10% 가량 급락하며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우선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엘살바도르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자지갑 ‘치보’의 다운로드가 먹통이 됐다. 자정을 기해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도입된 지 몇시간만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나이브 브켈레 대통령은 치보의 서버 용량을 늘리는 동안 작동을 멈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보는 정오쯤 화웨이와 애플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전역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전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한 젊은 시위대는 치보 현금 인출기(ATM)를 가리켜 “거기 그들이 있어, 비트코인을 이용해 훔치는 사람들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치보 현금 인출기를 이용하면 비트코인을 달러로 환산해 치보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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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 “비트코인 몰라”…일부선 “비트코인 장점 많다”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엘살바도르 국민의 대다수가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하고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센트랄아메리칸대학(UCA)이 최근 발표한 국민 1281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결정에 ‘매우 반대’(22.7%)하거나 ‘반대(45.2%)한다는 응답이 3분의 2 이상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2명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고, 나머지 중 7명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열에 아홉은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다. 10명 중 7명(71.2%)은 계속 달러화만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높은 변동성이 상용 통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이 꼽혔다. 과거 엘살바도르의 자국 화폐인 ‘콜론’도 높은 변동성을 이유로 국민들에게 외면받은 끝에 도태된 바 있다.
일부에선 비트코인 사용에 따른 수수료 절감과 사용 편의성에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산살바도르에 사는 루이스 알레만(61세)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항상 모든 일에 결함은 있기 마련”이라며, 미국에 사는 자녀들로부터 치보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송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페르난도 아바렝가씨도 “비트코인은 장점이 많다”며, 비트코인 도입이 금융혁신과 다변화를 위한 또다른 단계라고 봤다.
많은 엘살바도르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피자헛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도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한편,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비트코인 시세가 10% 가량 급락하자 추가 매수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 매입했다며 “저가 매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잔고는 550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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