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증권가 뒤늦은 대응

日 엘피다 모바일 D램 물량 확보 영향력 가볍게 여겨
하이닉스·삼성전자 급락 ‘화들짝’…잇따라 “악재 아니다”
  • 등록 2012-05-17 오후 3:37:56

    수정 2012-05-17 오후 3:45:37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어제(16일)는 애플의 영향력을 제대로 느낀 하루였습니다. 애플의 일본 엘피다 모바일 D램 물량 확보 기사를 접하긴 했지만, 실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구나 싶어 따로 해석을 내놓지 않았는데,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급락해 깜짝 놀랐습니다"

한 반도체 담당 업종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이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다.

지난 15일 디지타임스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엘피다가 애플로부터 생산량의 50%에 달하는 대규모 모바일 D램을 주문받았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도 공급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탁월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 큰 소식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다음날인 16일 뒤늦게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낙폭을 키우기 시작해 결국 6.18%와 8.89% 급락했다.

뜻밖의 급락에 바빠진 것은 증권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애플`이라는 이름 하나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낸드 고정가격 하락, 유로존 등의 악재로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IT 수요 우려도 일부 작용했겠지만, 전날 하락의 이유는 일본 엘피다 뉴스가 컸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당히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도 컸던 상황에서 맞은 악재로 충격이 더 컸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날 오후부터 17일까지 증권사들은 엘피다 관련 소식은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보고서를 일제히 내놨다. 먼저 애플의 모바일 D램 수요량의 50%를 엘피다가 공급한다는 소식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타임스의 예측 보도를 보면, 엘피다가 생산하는 모바일 D램 중 현저히 미달하는 수량을 애플에 공급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지난달에도 엘피다의 전체 모바일 D램 생산량 중 45%가 애플에 공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엘피다가 애플로의 공급을 하반기에 50%까지 확대해도, 현재 모바일 D램 공급업체 사이의 애플 내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모바일 D램에 대한 삼성전자 의존도를 이미 상당히 축소시켰지만,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은 전분기 53.5%에서 70.9%로 오히려 많이 증가했다"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증가해 자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D램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수급 자체가 상당히 타이트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 등 D램 장착량이 많은 하이엔드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자체 수요 충당도 바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사들의 뒤늦은 설명에 반도체주에 대한 충격은 크게 완화된 분위기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57% 내린 122만3000원에, SK하이닉스는 6.29% 반등한 2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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