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남편 뒷바라지했는데…회계사 합격하자 ‘이혼소장’ 보내고 돌변”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처가의 지원을 받아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던 남편이 합격 후 태도가 돌변해 이혼소송을 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남편 사이에 아들 셋을 둔 가정주부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프리픽(Freepik)

A씨는 대학생 시절 남편과 처음 만나 아이가 생겨 서둘러 결혼했다. 당시 남편은 전문직 자격증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A씨의 부모님이 10년간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A씨 혼자 아이를 혼자 양육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부부는 결국 친정에서 같이 살게 됐다. 함께 생활한 지 10년이 됐을 때 남편은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수습 기간 동안에는 남편의 소득이 크지 않아 친정에서 계속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를 지원해줬다. 그러던 남편은 경력을 쌓더니 2~3년 전부터 소득이 높아지고, 1년 전에는 개인 사업장도 여는 등 안정된 생활을 유지했다.

그런데 남편은 경제력이 생기자 변하기 시작했다.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게 답답하다며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분가했다. 분가 뒤에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A씨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며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남편의 이혼 요구를 거부했지만, 남편은 집을 나가더니 급기야 며칠 뒤 이혼 소장을 보냈다. 남편은 소장에 “장인, 장모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했고 아내가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것”이 유책 사유라고 적었다. 동시에 재산분할금으로 5억 원과 결혼 전 처가에서 준 아파트의 절반을 자신의 몫으로 요구하기까지 했다.

A씨는 “너무 기가 막힌다”며 어떻게 대응 방법에 대해 물었다.

A씨의 사연을 들은 류현주 변호사는 남편이 주장하는 내용이 민법에서 규정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혼 청구를 기각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류 변호사는 “소장을 받았다고 유책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므로 속상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편의 주장을 뒤집으며 “A씨의 경우 장인·장모가 경제적으로 많은 지원으로 해준 것으로 보이고 특별히 남편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씨의 경제적 무능력에 대해서는 “A씨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전담한 점, 친정에서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해줬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직접 경제활동을 안 했다는 것만으로 이혼사유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A씨에게 재판상 이혼사유가 없다는 것이 류 변호사의 주장이었다.

아파트의 경우 재산 유지에 대한 남편의 기여가 인정돼 재산분할 대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류 변호사는 “기여도를 산정할 때는 남편이 주장하는 50%는 너무 과다해 보인다”며 “아파트 가액, 친정 부모님이 지원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의 기여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