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위탁 생산하는 중국 팍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하 혼하이)이 전기차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플랫폼을 다른 회사들에게 무상 공급하면서 국제 표준을 만들겠다는 사업 모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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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하이 측은 지난 25일 대만에서 국내외 1200곳 이상의 협력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첫 써플라이어(공급사) 모임인 `MIH 오픈플랫폼 얼라이언스`를 개최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와 일본전산(Nidec), NTT도코모,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독일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언 등이 참여해 혼하이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자리를 함께 한 혼하이 전기차부문 수장으로 영입된 잭 청 대표는 “우리는 전기차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며 “우리는 안드로이드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잭 청 대표는 과거 미국 포드자동차 중국 자회사 부대표와 피아트-크라이슬러 중국 대표를 거쳐 중국 대표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오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혼하이 전기차부문은 오는 7월 별도 자회사로 분사할 예정이다.
청 대표가 언급한 ‘안드로이드 전기차’란 미국 구글이 안드로이라는 운영체제(OS)를 국제 표준화하기 위해 삼성전자나 소니, 레노버,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작사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함으로써 결국 스마트폰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안드로이드를 최고의 플랫폼으로 만들어낸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혼하이가 보유한 자회사인 팍스콘은 안드로이드와 함께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함으로써 이 같은 생태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기업이기도 하다.
혼하이를 현재 전기차 개발용 플랫폼인 `MIH`를 준비 중인데, 이는 차량 개발의 골격이 되는 차체(샷시)의 구체적인 치수나 규격은 물론 자동 운전 등에 사용하는 5세대(5G) 고속통신규격 등 스펙을 통일시켜 전기차를 만들고자 하는 어떤 업체든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혼하이는 오는 10월 MIH를 사용한 새 플랫폼을 공개할 예정이다.
실제 최근 전기차업계에는 많은 스마트업들이 새롭게 참여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전기차를 설계만 하되 생산은 기존 완성차업체에 위탁하려는 팹리스(Fabless)가 대부분이라 이 같은 혼하이의 계획은 현실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대만 전기차업계에 정통한 탕진 미즈호은행 선임연구원은 “혼하이가 전기차업계에서 경쟁력있는 플랫폼 개발업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앞으로 화웨이와도 제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중국과 대만의 기술력을 합쳐 스마트폰시장에서처럼 업계의 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우 혼하이 회장은 “앞으로 전기차시장 규모가 지금의 스마트폰시장을 웃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시장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