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왕국` 日의 탄식.."2000년대 이미 디지털서 패전"

세계시장 석권했으나 2000년부터 주도권 잃어
주요 가전 6개사, 12년간 누적적자 2000억엔
  • 등록 2012-02-13 오후 2:50:25

    수정 2012-02-13 오후 2:50:25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소니 등 일본 대표 업체들이 TV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줄줄이 내면서 일본 전자업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TV 왕국` 일본이 자존심에 심하게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자국 TV 업계의 부진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이미 오래 전부터 상황이 나빠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일본은 디지털 분야에서 패전(敗戦)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리고 전 세계 TV 사업 주도권이 한국업체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일본산 브라운관을 단 TV 수상기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TV는 자동차와 더불어 일본 무역 성장을 상징하는 존재였으나 12년 전인 지난 2000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때부터 이미 일본 주요 전자 업체 6개사인 히타치와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미쓰비시 샤프가 TV 사업으로 줄곧 수익을 내왔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들 6개사는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양산이 시작된 지난 2000년 이후 대규모 적자를 4번 이상 기록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진 지난 2002년에는 총 1조2000억엔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던 2009년에는 총 1조7000억엔 적자를 냈다.

소니와 샤프 등의 일본 전자업계는 지난해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전자 강국 일본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 불안으로 TV 수요가 줄어든데다 엔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닛케이는 "지난 2000년 이후 6개사의 TV 사업 이익과 적자를 합쳐보면 누적적자가 총 2000억엔이 넘는다"면서 또한 일본 도심지에 위치한 주요 가전제품 양판점에서 TV 인기 브랜드가 32인치 2만5000엔(36만원), 40인치 4만4000엔(63만원) 등 저가에 팔리는 실정이라며 "일본 TV가 국내에서는 90% 이상의 판매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싸구려 제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TV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샤프 등 일본 전자 업체들이 TV 사업 부진으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TV 업계 가격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증요법적(원인이 아니라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인 노력을 반복해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TV 업계의 위기는 지난 2001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때보다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2001년 당시 일본 TV 업계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긴 해도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과 기술적 우위를 지키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삼성전자(005930) 등에게 이러한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상태"라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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