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길 묻는 삼성, 새 경영기조 정착하나

이건희 회장 복귀 한달..사내 소통 중점 강화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관건"
  • 등록 2010-04-21 오후 2:16:13

    수정 2010-04-21 오후 2:16:13

[이데일리 이승형 조태현 기자] 삼성이 최근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소통경영의 확대'다. 오는 24일로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한달을 맞게 되는 삼성이 내부간, 그리고 내외부간 소통강화를 새로운 경영기조로 정착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난 한달간 트위터, 블로그 등 온라인상의 소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27년만에 반도체 공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 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돈만 아는 냉정한 기업'이라는 일부 인식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소통의 창구'를 열어제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속에서 자기 의사 표현에 소극적이었던 과거 삼성맨들과는 달리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회사에 대한 자율적 비판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점도 삼성의 이같은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새로운 시대, 조직 내 비판도 수용하는 소통으로 가야"

삼성은 지난 2월 그룹 트위터인 '@samsungin'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트위터 '@samsungtomorrow', LED 부문 공식 트위터 '@samsungLEDin'을 잇따라 열었다.

지난 16일에는 블로그 '삼성이야기'(www.samsungblogs.com)을 개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까지 새 단장에 들어갔다.

마치 '봇물이 터진 듯' 삼성이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

특히 지난달 24일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발표된 직후 삼성 사내 게시판에는 대부분 환영한다는 글이 주류를 이뤘지만 일부 비판 글도 올라와 그룹 내부를 당혹하게 했고, 이것이 소통 강화의 직접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젊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조직내 비판 문화도 커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에서는 이런 비판들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상당수 계열사들은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 창구가 될 온라인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사보 개편 작업에도 나서는 한편 소통을 임원 평가의 중점 항목으로 선정하는 등 소통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고객들의 요구를 외면하다 몰락을 자초한 도요타 사태가 이 회장의 경영 복귀의 배경이 됐다는 점도 삼성이 소통 경영에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다.

◇ "27년만에 반도체 공장 공개..임직원 사기도 고려한 결정"

지난 15일 삼성전자(005930)는 백혈병 발병 의혹에 대한 해명을 위해 기흥 반도체 공장 2개 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공장문을 연지 무려 27년만에 일이다.

특히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를 극도로 꺼려왔던 삼성이 이같은 결정을 한 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지시의 배경에는 대외적 이미지 실추라는 측면도 크게 고려됐지만 대내적으로는 삼성 임직원들 및 가족들의 동요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백혈병 의혹 논란은 시민단체와 유족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현직 노동자 22명에게서 백혈병 등이 발병했고 이 중 9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고, 지난달 31일에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던 박지연(23)씨가 숨지면서 가열돼 왔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트위터 등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특히 직원들도 그렇지만 직원 가족들이 '무슨 일이냐'라고 질문해 오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소통 문화는 10년 뒤 삼성을 책임질 것"

삼성의 소통 경영은 조직 문화는 물론 기업의 체질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이 회장의 이른바 '화두 경영'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조직 문화가 사내 토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삼성의 '소통 경영'에는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리 사회가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에서 벗어난 만큼 이 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삼성도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수준의 연봉이나 복지 못지 않게 사원들의 사기 진작에 중요한 소통을 삼성이 적극 실천하는 것은 젊은 삼성 직원들의 미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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