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996년 전화기 테러사건 때도 '이스라엘' 지목됐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무선호출기 테러 배후 지목
1972년 뮌헨올림픽 때 PLO 대표 전화기 테러
1996년 하마스 폭탄제조업자 휴대폰 폭발테러
  • 등록 2024-09-18 오후 7:32:25

    수정 2024-09-18 오후 7:32:25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수십년간 이어져온 이스라엘의 통신장비를 이용한 테러 방식이 전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발생한 중동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무선호출기 폭발 사고도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가운데 그들의 공격 방식이 상상을 초월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테러에 이용된 무인호출기 [사진=AFP/연합뉴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가방 등에 소지하고 있던 무선호출기가 경고음과 함께 갑자기 터지는 사고가 여기저기서 발생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900여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위치 추적 등이 쉬운 휴대폰이 아닌 우리나라에선 ‘삐삐’로 불리는 소형 무선호출기를 이용한 것이어서 테러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공격기술은 하루이틀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F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정보첩보 수집기관인 모사드는 수십년간 전화기 등 통신장비를 이용해 공격 대상을 추적, 감시, 심지어 암살해왔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들은 자국 선수 11명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마흐무드 함샤리 PLO 대표의 프랑스 파리 아파트에 침입해 대리석 바닥을 뜯은 뒤 전화기 전선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이후 원격으로 터트렸고, 함샤리는 다리 한쪽을 잃었다. 이후 그는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다.

1996년 이스라엘 내부 정보국인 신 베트는 수십명의 이스라엘인을 살해한 하마스의 노련한 폭탄 제조업자 야히아 아이야시를 암살하는 데 통신장비를 이용했다. 이스라엘은 스파이를 그에게 보내 팔레스타인 협력자인 척 가장한 뒤, 아이야시에게 “당신의 아버지가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말한 뒤 모토로라 알파 휴대전화를 건넸다. 아이야시가 이 거짓말에 속에 전화기를 받아 귀에 대자, 그 안에 설치돼 있던 50g의 폭발물이 터지며 목숨을 잃었다.

FT는 “두 사건 모두 전직 정보 당국자들 사이에선 통신장비를 이용한 암살의 교과서적인 성공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또 “전화기는 암살에 앞서 목표물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등의 몇가지 중요한 목적으로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감청, 해킹 등을 통해 암살 표적의 신원을 식별하고 확인하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FT는 또 “이스라엘은 대담하고 정교하며 조직적인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스파이 네트워크를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헤즈볼라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이스라엘로 지목하고, 전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테러에 이용된 무선호출기는 GPS 기능이 없고, 마이크나 카메라도 없다. 단순히 문제 전송 기능만 있어 해킹이 쉽지 않은 단말기다. 헤즈볼라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무인호출기로 교체한 것도 이 같은 단순한 기능으로 인해 오히려 요원들이 더 안전하고, 적군이 정보를 빼내기가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FT는 “헤즈볼라는 AA 또는 AAA 배터리로 구동(최신형은 리튬 배터리)되는 작은 장치가 강제로 폭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한 것 같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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