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청년기업과 청년을 푸대접하는 나라

  • 등록 2015-12-30 오전 10:35:00

    수정 2015-12-30 오전 10:35:00

[이데일리 류성 벤처중기부장] 기업과 인간은 모두 생명이 유한(有限)하다.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수순도 똑같이 밟는다. 이 세상을 뜰 때까지 죽음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행태마저 서로 판박이다.

기업을 연혁과 규모 기준으로 인간에 비유하면 벤처·중소기업은 유아·청소년에 해당한다. 대기업은 장·노년층에 비견할 만하다. 청년에 속하는 기업은 중견기업이다.

요즘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고 노쇠한 모습이다. 당연한 결과다. 청년들이 생산적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직장조차 잡지 못하면서 경제가 젊은 피 수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실질적으로 대졸자 2명 중 1명 가량이 ‘백수’로 전락하는 사상초유의 ‘청년 대량실업시대’에 진입했다. 생산인구 노령화는 경제 노쇠화로 이어진다.

설상가상 우리 사회는 청년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만을 유독 괄시하는 정책을 펴면서 한국경제 미래를 스스로 옥죄고 있다. 가장 역동적인 청년기업인 중견기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경제의 노쇠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중견기업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이거나 업종별 3년 평균매출액 또는 연간매출액이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유아·청소년기를 거쳐 회사가 청년기에 도달하면 인간처럼 비로소 자생적 경쟁력을 확보, 일취월장할 수 있는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다. 그야말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게 중견기업이다.

그럼에도 국가정책은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지원중심으로 짜여져 있고 중견기업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샌드위치 신세다. 지원은 커녕 푸대접 일색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순간 100개가 넘는 규제가 새로 생긴다. 대신 중소업체였을 때 받던 각종 정책상 혜택이나 지원은 오롯이 사라진다. 오죽했으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크는 것을 자발적으로 억제하며 영원히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중소업계에 만연해 있을까.

요컨대 우리는 한국경제 성장의 중심축인 청년과 청년기업인 중견기업을 동시에 홀대하면서 고성장을 바라는 ‘모순의 시대’에 살고있다. 한국사회는 지금 경제 저성장과 대량 청년실업이라는 양대 현안에 직면해 있다. 두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니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고 청년 일자리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군은 누구일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최적 해결사는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아닌 청년기업인 중견기업이다. 단기, 중기적으로 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춘 기업집단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기준 중견기업은 3846개사로 전체기업의 0.12%에 불과했지만 고용비중은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이 기간 중견기업군 총매출(629조원)은 삼성,현대차(005380),SK그룹 매출을 합한 것보다 44조원이 더 많다.

중견기업에 대한 국가정책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중견기업을 푸대접하는 국가정책이 유지되는 한 경제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차원의 청년기업에 대한 전폭적이고 과감한 지원 및 투자가 시급하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의 미래가 있듯 청년기업인 중견기업이 경제의 중추적 기업집단으로 대접받고 자리매김할 때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는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중견기업을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즉각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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