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부지 매입, 잊혀지던 코리아디스카운트 상기"

블룸버그 페섹 "재벌구조 고려해도 지나친 일"
  • 등록 2014-11-06 오전 11:12:49

    수정 2014-11-06 오전 11:12:49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블룸버그 컬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5일(현지시각)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제 옛일이라고 생각하려던 참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아시아 4위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 왜 세계시장에서 저평가됐는 지 다시 떠올리게 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북한과 마주한 지정학적 위험이 반영된다.

그는 “한국 주식은 재벌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 탓에 전통적으로 저평가됐다”며 “재벌 지배권은 자녀들에게 대물림되고 회사 자산은 주주 대신 소수 재벌가문을 위해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재벌 영향력을 줄이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월 사내유보금 과제 정책을 선보이면서 과감한 투자나 종업원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주저하냐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약 한달 후 현대차는 신사옥을 건설하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한전 부지를 100억달러에 매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매입가격은 시장가치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페섹은 “한전 부지 매입 건은 재벌이란 걸 고려해도 지나친 것”이라며 “현대차 우선주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노르웨이 뮤추얼펀드 스카겐펀드가 이 결정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매입 뒤 주가가 하락한 데다 며칠 전 연비과장 논란과 관련해 미국 당국과 1억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내기로 합의해 하락폭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시가총액 순위에서 SK하이닉스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몽구 회장이나 다른 재벌들이 잘못을 깨닫게 된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며 “지난 금요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순익이 49% 급락하자 주주 친화적으로 회사를 구조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페섹은 “최근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자신도 그의 비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 도발과 썰렁한 세계경기 속에서 단기적인 부양에 힘을 쏟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문제는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것“이라며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세제지원, 교육 커리큘럼 개발, 외국인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재벌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페섹은 “한국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재벌 개혁을 공언해왔다고 약속했다”면서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 건이)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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