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담배소송 패소 판결..건보공단 소송 영향은?

대법 "담배회사 손배책임 없다"
건보공단 확보한 담배-질환자료 증거가치 높아
"담배와 질환 인과관계 인정 부분 적극 활용해야"
  • 등록 2014-04-10 오전 11:37:04

    수정 2014-04-10 오후 2:16:54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대법원이 흡연자들이 제기한 담배피해소송에서 15년만에 첫 패소 판결을 내렸다. 1,2심 잇단 패소로 예견된 결과여서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소송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되레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개인들이 제기한 소송은 수십년간 잇따라 패소했지만, 주정부가 나서면서 담배회사로부터 260조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받아낸 바 있다.

대법 “담배회사 손배책임 없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김모씨 등 30명이 KT&G(033780)(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 인과 관계, 제조물책임법상 담배의 결함 존재 여부, 담배 회사의 불법행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한 결과 피고 측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2011년 2월,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개별적 인과 관계는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KT&G 담배에 결함이 있거나 고의로 거짓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역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미화 변호사는 “건보공단의 소송의 필요성이 더 증가했다”며 “패소하긴 했지만 담배소송의 여러 가지 목적 중 국민들에게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데이터 증거가치 높아”

건보공단은 개인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객관적인 근거데이터가 부족해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담배와 폐암 등 각종 질환과의 인과성을 증명하는 자료를 축적하며 담배소송을 준비해왔다.

건보공단은 2001년부터 2010년 폐암(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편평세포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흡연력이 20갑년이상이고 흡연기간도 30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3484명을 추려 537억원 규모의 담배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폐암 중 소세포암, 후두암중 편평세포암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흡연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암이다.

이와 관련 법조, 의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보공단 자문위원들은 “흡연력과 피해규모 산출을 위한 공단의 검진자료와 급여자료는 그 자체로도 증거가치가 매우 높다”며 “20갑년의 흡연력이 확인된 경우 흡연과 폐암(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편평세포암) 발병간의 인과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법이 원고 패소 판결 이유중 하나로 든 설계, 제조,표시상 결함이 없다며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준 점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서 인정된 부분은 더욱 확고하게 사실로 활용하고, 인정되지 못한 부분은 세부검토를 거쳐 다른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이 청소년 흡연, 간접흡연 문제 등에 대해 담배회사가 보완에 나서고, 정부도 위험성을 충분히 자각해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담배소송을 위한 외부대리인 선임 공고 절차를 11일 마감하고, 바로 외부대리인 1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주말 중 법률검토를 거쳐 14일께 법원에 담배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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