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현대건설 비전 "계획은 참 좋은데..."

  • 등록 2010-11-22 오후 3:01:02

    수정 2010-11-22 오후 3:01:0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000720)을 오는 2020년 세계랭킹 5위 안에 드는 `글로벌 자이언트`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향후 현대건설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방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비전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투자방안이나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현대그룹은 22일 현대건설을 2020년까지 수주 150조원, 매출 60조원, 평균 영업이익률 9%대를 올리는 글로벌 5대 EPCM(설계, 자재구매 및 시공 일괄관리) 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작년 현대건설의 실적과 비교하면 비교하면 수주는 15조7000억원에서 150조원으로 10배 가까이 늘고, 매출은 9조3000억원에서 60조원으로 약 6배, 영업이익은 4200억원에서 5조원으로 약 12배로 늘어나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성장을 위해 장기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숫자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시장이나 신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투입할 지에 대한 제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이 평가하기엔 정보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신흥시장 진출과 현대도시개발의 서산간척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어느정도의 자금을 투자하고,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에 대해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이 2020년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지 평가하기엔 현대그룹이 제시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며 "비전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성장전략으로 ▲EPCM 역량강화 ▲고성장 해외시장 진출 ▲신성장 사업 집중육성 3가지를 제시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이 설비투자에 나서야 하는 계열사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룹의 자체물량 확대를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네트웍을 확충하는 문제도 당장 가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이 아직까지 자금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라며 "현대건설이 해외영업에 나서는데 현대그룹 주력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증권, 상선, 엘리베이터가 얼마나 해외 파이낸싱에 기여해 시너지 효과가 나올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박영도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이 비전으로 제시한 현대건설의 2020년 실적은 현재로선 현대건설이 자체적으로 성장해서 달성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라며 "인수합병 등 다른 성장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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