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팔고 빚내고’..유통업계도 어렵다

대형百 회사채 조달..작년 4배 수준 급증
중견업체들, 자산 매각으로 현금확보
  • 등록 2012-09-25 오후 2:39:02

    수정 2012-09-25 오후 3:05:37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경기침체와 정부규제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자금확보에 나섰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백화점들은 회사채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했고 외부차입이 어려운 중견기업들은 보유자산 매각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현대백화점(069960), 신세계(004170), 한화갤러리아 등 국내 주요 백화점 4사가 올들어 발행한 회사채(공모)는 1조6600억원으로 지난 한해 발행액(4200억원)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롯데쇼핑이 가장 많은 7800억원을 조달했고 신세계(5000억원), 현대백화점(3000억원), 갤러리아(800억원)가 뒤를 이었다. 하이마트 인수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롯데쇼핑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돌리려고 회사채를 발행한 경우가 많았다. 대형 백화점들 사이에 경기불확실성을 감안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해졌다는 의미다.

대형마트들도 현금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139480)는 올들어 단기차입금 상환과 상품대금 지급을 목적으로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발행한 회사채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차입금 부담이 늘면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마트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7.6%(1조4000억원 규모)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형마트 1위 기업조차 자산매각이 아니면 재무부담을 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영국 테스코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홈플러스도 최근 서울 영등포점과 금천점, 경기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sale&lease back)’ 방식으로 6000여억원을 확보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확보하려는 홈플러스의 고육책”이라고 평가했다.

중견유통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그랜드백화점은 올해 인천 계양점과 수원 영통점을 롯데쇼핑에 1540억원에 매각했다. 이 돈은 차입금과 매입채무 상환 등에 사용된다. 빚을 갚으려고 핵심 사업장을 판 것이다.

서울 신도림역에 위치한 디큐브백화점도 상업시설을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유통업에 뛰어든지 몇해 되지 않아 사업의 근거시설을 매물로 내놓게 된 셈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과거처럼 소비확대에 기대 성장을 모색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더구나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유통업의 특성상 중견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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