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 덕분" 시베리아 바다서 67일 표류한 러 남성 '극적 생존'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차가운 수온으로 겨울에는 얼음이 떠 다니는 오호츠크해에서 조난당한 40대 러시아 남성이 두달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오호츠크해에서 조난 두 달 만에 구조된 러시아 남성. (사진=리아 노보스티)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통신사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는 오호츠크해 보트 여행을 떠난 40대 남성 2명과 10대 청소년 1명이 실종 67일 만인 지난 14일 밤 10시쯤 캄차카 반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해안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미하일 피추긴(46)으로, 그의 형과 조카는 보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검찰이 공개한 구조 영상에는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피추긴이 작은 보트 위에 누워 있고, 보트 기둥에 빨간 깃발을 달아 놓은 모습이 담겼다. 피추킨은 구조 당시 쇠약한 상태였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조난된 이들은 지난 8월 9일 북극고래를 보기 위해 보트 여행을 떠났다가 수 시간 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실종 두 달 만에 캄차카 인근 어부들이 피추킨의 고무 보트를 발견했다.

오호츠크해는 북쪽에 위치한 시베리아의 영향으로 10월~3월까지 바다가 얼어붙는 추운 곳으로, 전문가들은 피추킨의 생존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할린 환경 감시단 대표 드미트리 리시친은 “여기에 두 가지 기적이 있다. 작고 통제가 불가능한 배가 폭풍우가 치는 가을 오호츠크해에서 두 달 이상 표류한 끝에 전복되지 않았다는 것과 이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라며 “얼음처럼 차갑고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두 달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말 기적”이라고 말했다.

피추킨의 아내는 현지 언론에 그의 몸무가게 약 100kg이라며 과체중이 생존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날 당시 피추킨은 약 2주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갖고 있었으며, 구조 당시 피추킨은 50kg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피추킨은 치료를 위해 러시아 극동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