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열'로 고생하는 최태원 회장, 형평성 논란도

회장, 부회장 모두 확정 판결로 교도소로 이송
2002년 SK글로벌 사태때와 달리 억울함 호소
  • 등록 2014-02-27 오후 1:51:16

    수정 2014-02-27 오후 6:23:5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얼마 전 뵈었는데 몸무게는 빠지고 얼굴은 붓는 허열증이 의심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법원에서 27일 징역 4년 확정판결을 받은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의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최 회장을 면회한 SK(003600)그룹 관계자는 “그래도 나이가 젊어 1년 넘는 구치소 수감생활 동안 잘 버텨 오셨는데 머리도 많이 쇠셨고 허열도 의심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31일 법정구속된 후 서울구치소에서 1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확정판결을 받았으니 기결수가 돼 교도소로 이송된다. 그의 형기는 2017년 1월 말까지.미결수 신분인 구치소 생활과 교도소 생활은 다르다. 교도소에 가면 노역을 해야 하고, 면회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도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오래 수감생활을 해 왔는데, 앞으로 갈 길도 먼 것이다.

최태원 회장(좌)과 최재원 부회장. 연합뉴스 제공
최 회장이 이번 대법원 선고에 어떤 입장인가는 확인되지 않지만, 다른 총수들과 달리 보석 한 번 신청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왔는데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이 사건 공동피고인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을 때까지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재판장 발언 직후 “너무 억울한 정황이 있어 한 마디만 드립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오십몇 살까지 일해왔지만, 부끄럽게 해서 돈을 벌 생각은 없고, 그리 살아왔다”면서 “선물투자를 안 했으면 아예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왜 했느냐고 하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김원홍 전 고문을 만나 6000억 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날리고, 김원홍 전 고문에게서 소개받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으로 인해 회삿돈 횡령혐의까지 받게 된 데 대한 자괴감이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국세청 등에서 제 재산이 어떻게 형성되고 운영되는지 조사받는데, 거액(계열사 펀드 1500억 원)의 투자 중간에 450억 원을 1~2달 쓰기 위해 전체 투자에 먹칠이 갈 일을 과연 제가 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제 이름과 하나님 앞에 맹세를 드린다”며 “횡령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횡령 의도도 없었다.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2년 12월 터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최 회장은 선친때부터의 관행이었지만 유죄가 맞다며 이를 계기로 2004년 총수 일가가 SK그룹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징역 3년 6월을 확정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SK그룹 회장 형제 모두 오해일 뿐이라고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라며 실형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1500억 원대 배임혐의를 받은 김승현 한화 회장과 2000억 원 대 사기성 어음 발행 혐의를 받은 구자원 LIG회장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비해 가혹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형제의 죄목은 회삿돈 450억 원 횡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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