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가 구글·애플에 맞설 제3의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의 운용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운용을 주도해 스마트폰 제조에 더해 플랫폼사업까지 꿈꾸는데 반해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은 이같은 삼성전자의 속내를 경계하고 있다. 당장 수익배분 등의 문제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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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글로벌 통신사업자 수장들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전시회 ‘MWC 2013’에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만나 “향후 타이젠을 운용할때 (삼성전자가)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많은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며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젠은 지난해 1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등 양강에 맞서 등장한 리눅스 기반 개방형 OS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개발을 주도했으며, NTT도코모·오렌지·KT·SK텔레콤·보다폰·스프린트·화웨이·NEC·파나소닉·후지츠 등 12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다른 업종의 많은 업체들이 모인만큼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자기 주도의 타이젠 성공에 배수진을 쳤다. 지난 2009년 론칭했다가 사실상 실패한 자체 OS ‘바다’를 타이젠에 흡수시킬 정도다. 3년 만에 MWC를 찾은 이 부회장도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릴레이 미팅을 하면서 타이젠의 확산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올해 3분기 출시될 삼성 타이젠 스마트폰의 공급에 대한 논의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장차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카 등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타이젠의 성공이 절실하다. OS시장을 장악하면서 입김이 커진 구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도 있다.
| 타이젠연합이 올해 MWC에서 공개한 타이젠 스마트폰 시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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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들도 주도권 욕심이 없지 않다. 해외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인텔만 돈을 벌려고 만든 OS가 아니다”라고 했다. 타이젠은 통신사업자들이 자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소 엄격한 규정의 구글·애플보다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이석채
KT(030200) 회장도 최근 “구글·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OS가 4~5개 정도는 필요하다”라고 했다.
회원사들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한만큼 타이젠의 수익배분 문제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타이젠을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인텔은 반도체를, 통신사업자는 서비스를 판다는 게 타이젠연합의 표면적인 입장이지만, 이는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OS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온전한 플랫폼사업자로서 의욕을 드러낸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타이젠 운용을 서서히 주도한다는 복안이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제3의 OS가 필요하다는 이해관계는 같지만 대규모 협업에 따른 잡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대한 빨리 타이젠 스마트폰의 공급을 늘리려고 하지만, 일부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3분기 일본과 프랑스에 출시된 결과를 지켜본 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