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근무하던 25세의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상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넘쳤다. 사인은 균에 감염돼 생긴 패혈증이었다. 젊은 사육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에버랜드가 사망 사실을 숨기고 유족과 산업재해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회사 측은 "유족들을 위해 산재신청에 필요한 서류 작성을 나서서 도왔다"면서 "정말 억울하다"고 했다. 에버랜드가 35년간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찌보면 이 사건의 핵심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삼성이라면 아마 그랬을 것"이란 삐딱한 선입견은 때때로 진실을 압도한다. 한번 덧씌워진 이미지는 그렇게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아직도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한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런 시선 속에서 장례식을 도우러 온 삼성 직원은 '감시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TV와 세탁기, 노트북 등의 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4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평판TV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두 회사의 농간에 소비자는 속절없이 당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시작되자 LG전자는 1순위로 담합사실을 신고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고, 두번째로 신고한 삼성전자는 과징금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번 사건은 삼성과 LG가 아직 후진적인 행태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 기업의 담합 사실이 적발된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담합은 소비자를 상대로 한 일종의 '횡포'다. '횡포'를 부리는 기업에 신뢰와 사랑을 줄 소비자와 국민은 없다. 언젠가 삼성의 한 직원은 이렇게 항변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의 아버지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제는 정말 달라졌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도덕한 기업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 그렇지만 과거의 흔적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은 무섭다. 되돌릴 수가 없다. 이 땅에서 존경받는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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