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촉법, 적극적 구조조정 저해할 수 있다"

NH투자證, 은행권 주도 구조조정 진행 의문
하위채권 등급하락 가속…시장양극화 심화 우려
  • 등록 2016-04-06 오전 11:11:47

    수정 2016-04-06 오전 11:11:47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 목적으로 내놓은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의도와 달리 오히려 구조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칫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보다도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작년말 일몰된 기촉법을 대체하기 위한 신(新) 기촉법을 지난 3월18일 공포·발효했다. 워크아웃 참여 대상을 은행·보험 등 채권금융기관에서 연기금과 공제회를 포함하는 모든 금융채권자로 확대하고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이었던 대상을 30억원 이상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행 기촉법이 대상 채권을 국내 금융기관 채권으로 한정하면서 효율성과 형평성 모두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최근 대기업보다 신용위험이 더 커지는 중소기업이 기촉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6일 NH투자증권(005940)은 새 기촉법은 금융기관이 신용평가를 통해 부실기업을 지정하고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긴밀한 이해관계에 있는 은행권이 이를 추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에 대해 은행권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는 어렵고 거래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지정되는 경우 보유 여신에 대한 손실과 충당금이 급증하는 것도 주채권은행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채권 회수율 극대화가 목적인 금융기관과 기업 구조조정은 이율배반적 성격이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자율적 성향을 띠는 새 기촉법이 법원이 일률적으로 주도하는 법정관리보다 과연 구조조정에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달았다. 법정관리는 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채권이 포함되고 법원 강제력을 통해 집행된다는 점이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느슨한 여신관리가 비효율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특히 새 기촉법하에서 주채권은행이 협의대상자를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처리기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기촉법에서 소액채권자와 반대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된 반대채권 매수청구권 역시 구조조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둔화하고 금융권의 부실자산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을 비롯한 반대채권자의 채권까지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채권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당국이 새 기촉법에서 신평사들의 기업 부도율 산출시 투자자 손실 발생 가능성을 포함하도록 하면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은 업체들도 신용등급이 ‘C·D’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강화되는 가운데 새 기촉법의 대상 채권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라며 “연기금과 공제회 등 관련 기관들의 투자가능 신용등급 기준도 상향 조정되고 있어 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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