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30년 넘게 유지돼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가 폐지된다. 투자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하고, 사전심사에서 사후심사로 규제를 완화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자 환경을 조성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14일부터 이같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는 지난 1월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 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결정한 자본시장 분야 규제 혁신 안건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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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도입된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없는 제도로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 꼽혀왔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 규제로 꼽은 제도이기도 하다.
이번 금융위의 제도 개선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사전 등록 없이 증권사에서 바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개인은 여권번호, 법인은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 등을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기존에 투자자 등록을 한 외국인의 경우, 기존 투자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내역 보고 의무도 폐지한다.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사후신고 대상도 늘린다. 그동안 사후 신고로 장외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조건부 매매, 직접 투자, 스톡옵션, 상속·증여 등으로 한정됐다. 앞으로는 사전 심사 필요성이 낮고 장외 거래 수요가 높은 유형들을 사후신고에 넣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우리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가 보다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는 우리 자본시장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본시장이 실물 분야의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익숙하지만 낡아 버려서 글로벌화된 우리 자본시장에 더는 맞지 않는 기존 규제의 틀을 과감히 깰 것”이라고 강조했다.